KDI,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 3.5%→2.7%로 낮춰
실질임금·자산소득 정체에 유로존 위기 악영향
“정부, 재정 적극 활용해 경기조절 해야” 지적도
실질임금·자산소득 정체에 유로존 위기 악영향
“정부, 재정 적극 활용해 경기조절 해야” 지적도
*상저하고 : <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
지난 3월 경제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고유가’였다. 기름값이 뛰면서 원유 수입액도 급증할 때였다. 원유가 수입액 증가를 이끌면서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 1분기(1~3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5% 이상 오른 배럴당 116달러를 기록했다.
두 달여가 지난 21일 이억원 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이 꼽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대외 변수는 유럽 재정위기로 바뀌었다. 국제 기름값이 배럴당 105달러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기름값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올해 초 다소 잠잠했던 유럽이 다시 시끄러워진 것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탈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한층 커진데다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염될 조짐마저 엿보인다.
고유가나 유럽 재정위기의 재발 가능성 모두 정부의 ‘예측’을 벗어난 돌발변수들이다. 애초 정부는 올해 국제 기름값을 배럴당 100달러 정도로 예상했고, 유럽 재정위기는 3~4월 이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상반기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는 전망했지만, 이제 예상치 못한 악재들로 인해 그 저점은 훨씬 깊어지는 분위기다. ‘1~2월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진단은 쏙 들어간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까지 겹치면서 경제의 대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진한 수출을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내수마저 가계의 부채 증가와 소득 정체로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대외 불확실성의 증폭은 교역 조건의 악화 등으로 내수에 악영향을 끼쳐 그 기반을 더욱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중으로 겹치면서 상반기 낮은 경제 성장률을 하반기의 높은 성장률로 만회할 수 있다(‘상저하고’)고 본 정부의 희망 섞인 기대가 달성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7%이지만 대부분의 기관 전망치는 이보다 최소 0.2%포인트 낮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애초보다 0.2~0.3%포인트 낮은 3.5%, 3.6%로 하향조정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산업연구원의 기존 전망치에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실적만을 반영하더라도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3.7%에서 3.5%로 낮아진다”며 “6월께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가장 큰 변수는 유럽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반영이 안 된 것”이라며 “그리스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20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서 대외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수출의 둔화뿐 아니라 내수의 성장도 더욱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소비의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의 3.5%에서 2.7%로 크게 낮췄다. 이 연구원의 김태봉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비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밑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고용은 크게 나쁘지 않지만 실질임금이 늘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소득마저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아직 경제 전망을 하향조정하거나 정책 방향을 수정할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경기둔화가 실물경기 급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재정건전성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정책기조를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예산범위 안에서 재정을 적극 활용해 경기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류이근 최현준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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