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 오늘 토론회
의원리셉션도 조기개최
국회담당 부서들 초비상
“다각도로 의원들 접촉”
의원리셉션도 조기개최
국회담당 부서들 초비상
“다각도로 의원들 접촉”
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선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두뇌집단(싱크탱크)격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주최하는 자리다. 한경연은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구체적인 정책화 과정을 거칠 경제민주화의 법적, 경제적, 이념·철학적 측면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고 밝혔다.
앞서 19대 국회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달 30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는 국회의원들과 재계 인사들이 모였다. 전경련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19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 리셉션’을 열었다. 17·18대 때도 재계 단체가 축하연을 마련했지만, 국회 개원 첫날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의 움직임이 그만큼 빨라졌다는 얘기다. 총선 전인 올해 1분기 때만 해도 거의 숨죽여 있다시피 하던 재계 단체들이, 19대 국회 개원을 즈음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초 사회전반과 정치권에서 비롯된 재벌개혁 바람에 수세로 대응하던 모습과 달리, 강온 양면 전략이 진행되는 가운데 공세로 전환하는 모습도 드러나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의회권력의 교체가 이뤄지리라던 예상이 빗나간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경연 주최 ‘경제민주화 정책토론회’에서는 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 측면에서는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을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인식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제적 관점에서도,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야만 이윤 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는 시장주의만이 ‘경제민주화’라는 관점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는 균형발전·소득분배·경제력 남용 방지 등을 목표로 한 경제정책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한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초과이익 공유제 등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발제자로는 신석훈 한경연 박사,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부소장,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나선다.
재계는 이런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면서 긴장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지만, 새 국회의 최대 의제가 여전히 경제민주화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19대 당선 축하연에서도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노력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힘써 달라”고 19대 국회에 요청했지만,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양극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애초 참석 예정 의원은 120명이었으나 실제로는 100여명만이 자리했고, 몇몇 의원은 눈도장만 찍고 자리를 떴다.
개별 재벌그룹들은 비상 상황에 가깝다. 재벌에 대한 비판 여론은 둘째로 치고, 당장 19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여야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서민살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 30일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사범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벌그룹 총수들의 경제범죄를 더욱 강력히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법안이다. 새누리당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등을 규정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고, 담합 행위 등 불공정거래 관행 규제,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의 추가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출자총액 제한제도 재도입, 금산분리 강화, 대통령 사면 대상에서 기업인 범죄 관련자의 제외 등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각 재벌 대기업의 국회 담당부서는 초비상이다. 4대그룹 소속의 한 임원은 “통합진보당까지 대거 국회에 진출한 상황에서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다각도로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그룹의 고위임원은 “이번 국회에서 경계 대상 의원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며 “대선이 6개월밖에 안남았기 때문에 (국회의) 동향 파악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합리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한 유통 관련 대기업 관계자는 “서민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활동을 가로막아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치권의 재벌개혁 논의가 흑백 논리를 떠나 좀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4대그룹 중 한 곳에 몸담은 한 임원은 “재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황제경영은 대부분 그룹에서 사라졌다”며 “현실과 다른 인식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재벌개혁 쪽으로 간다면 외국자본만 좋은 일 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정치 환경과 무관하게 재벌그룹에 불리한 사회 여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근본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4대그룹 소속 한 고위임원은 “정치권에 출렁임이 있겠지만, 길게 보면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한계치에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여론의 밑바닥을 보면서 기본적으로는 동반성장으로 대응해 나가면서 실질적인 내용들을 꾸준히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 등 주요 재벌그룹들은 고졸 공개 채용, 사회적 기업 지원·육성, 다문화 가정 지원, 환경 보호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김진철 김수헌 김경락 이완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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