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장관 “추경 할때 아냐”
정부가 경기 부양에 재정의 한축인 기금의 여윳돈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추가경정예산을 짤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경기가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활력, 성장 관점에선 좀더 노력해야 한다”며 “경기 상황에 대응해서 행정부 자체적으로 증액할 수 있는 것(기금)은 증액해서 추가로 중소기업과 수출기업 등에 좀더 지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추경을 할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괄적 의미의 재정인 기금은 예산보다 정부의 재량권이 큰 편이다. 박 장관은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들 중에서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행정부 자체에서 일반 기금은 20%, 금융성 기금은 30%까지 증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어떤 기금에서 사업비를 얼마만큼 증액할 것인지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발표(6월 말) 때 밝힐 계획이다. 박 장관은 경기 부양에 기금을 ‘편법’적으로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관련해선 “상당수 기금은 해마다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예산을 손댈 수 없는 정부가 기금 활용이란 고육책을 짜낸 배경은 경기 악화에 있다. 지난해 정부가 2012년 예산안을 짤 때 전제한 성장률이 4.5%였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재발 등 대외 여건의 악화로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 안팎으로 잇따라 낮췄다. 정부로선 재정을 통한 경기 대응의 필요성이 한층 커진 셈이다.
현재 거론되는 기금으로는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 등이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올해 5조9930억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여유자금 운용액 2조3600억원을 동원해 특정 사업비를 최대 30%까지 늘릴 수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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