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 기준 51.38포인트(2.80%) 급락하며 1783.13으로 장을 마친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유럽위기 세계경제로
정부 ‘전투준비 태세’ 돌입
금융보다 실물쪽 우려 증폭
“경기 하방위험 더욱 커졌다”
정부 ‘전투준비 태세’ 돌입
금융보다 실물쪽 우려 증폭
“경기 하방위험 더욱 커졌다”
“이제 실전에 대비해야 한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4일 직원들에게 위기 대비 태세 강화를 주문하면서 한 말이다. 이제 훈련이 아닌 전투를 대비해야 한다고 할 만큼 대외 경제 여건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드리운 유럽발 위기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며 “2008년 리먼 사태와 이후의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투’ 준비 태세에 들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속한 작전 수행이 승패를 좌우한다”며 선제적 대응을 준비했다. 금융위가 이날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빌려서 투자하는 공매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외환시장에서 환차익을 노리고 원금의 수십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외환(FX)마진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위기 때나 지난해 실시한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들지는 않았다.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금융시장에 적극 개입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때 수준의 위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럽발 충격이 전염되는 ‘1차 통로’가 금융시장이지만, 금융위기 때보다 면역력이 많이 커졌다는 자신감도 한 원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2008년과 비교하면 외환보유고는 1000억달러 이상 늘었고, 중국 및 일본과의 통화 맞교환(스와프) 협정으로 비상시 700억달러 확보가 가능해졌다”며 “단기 외채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단기 외채의 비중은 2008년에 견줘 절반가량 준 외채의 26% 수준이다.
정부의 고민은 대외 충격의 ‘2차 전염 통로’인 실물 쪽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김석동 위원장은 “스페인의 은행위기가 촉발되면 그 자체로 충격이 클 뿐만 아니라, 실물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그 파급력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출에선 이미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지난달 수출증가율은 -0.4%를 기록했다. 수입증가율 감소폭이 더 커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불황형 흑자’ 구조다. 특히 지난달 대중국 수출이 43개월 만에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급속도로 악화하기 이전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잇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5%, 3.6%로 하향조정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제 경기의 하방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유럽 쪽 상황이 긴박하게 굴러가면서, 재정을 투입해 국내 실물경제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의 사업비를 20~30%까지 증액해 중소기업 지원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박종규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나 유로존의 붕괴 등 위기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도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이재명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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