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출범 100일
성과 적고 ‘낙하산 인사’ 등 논란
실권은 중앙회에…회장도 사퇴
“불안한 지배구조, 시너지 못내
금융사·조합 중 정체성 찾아야”
성과 적고 ‘낙하산 인사’ 등 논란
실권은 중앙회에…회장도 사퇴
“불안한 지배구조, 시너지 못내
금융사·조합 중 정체성 찾아야”
‘100일 잔치는 없었다.’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 9일로 출범 100일을 맞고도 내부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3월2일 출범과 동시에 국내 5위 금융지주(자산 240조원)로 성큼 올라섰지만, ‘영광’보다는 숱한 구설과 외풍에 의한 ‘상처’가 더 부각된 탓이다. 급기야 출범 1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7일엔 신충식 회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불안한 지배구조와 비전없는 경영전략, 외압에 취약한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 영광보다 상처많은 100일 우선 자율성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농협 노조는 이달 중순부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자본금을 출자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요구로 지난달 31일 농협중앙회-농식품부의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가 체결됐는데, 이 가운데 경영효율화 등의 조항이 농협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발이다.
이만우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 등 사외이사들의 부적절한 겸직도 입길에 오르내린다. 농협금융 쪽은 “두 분이 언론을 통해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사임 접수는 하지 않았다”며 “안정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해 빠른 시일 안에 후임 선출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자산규모 240조원에 이르는 거대 금융지주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한 금융지주회사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단위조합을 기반으로 한 거미줄 같은 판매망이 형성돼 있어, 특히 보험 쪽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민간 금융사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에 둔감한 것 같아, 솔직히 애초 긴장했던 것보다는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 100일은 조직안정과 연착륙이 더욱 중요한 과제였다”며 “성과를 내기에 100일은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 ‘옥상옥’ 지배구조, 불안한 미래 금융당국은 농협금융이 지난 100일 동안 콘트롤타워(지휘부)가 없는 ‘공백상태’였다고 보고 있다. 은행장을 겸하던 신충식 회장 스스로 “나는 회장이 아니라 은행장”이라며, 회장 업무를 사실상 방기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아우르는 지주 전체의 비전과 전략을 내놓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후임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농협금융은 또 다시 구설에 휩싸이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인사·재무 등에서 실권을 휘두르는 구조에 짓눌려 있다. 농협금융 회장의 사무실은 서울 충정로 본사 10층에 자리하고 있다. 애초 농협중앙회장과 같은 11층에 있다가, 사업구조 개편 이후 한 층 아래로 내려왔다. 금융지주 회장 위에 중앙회장이 있다는 ‘상징적인 방 배치’인 셈이다.
후임 회장 선임을 둘러싼 방정식은 좀 더 복잡하다. 인사권을 휘두르고 싶은 중앙회장과, 중앙회·농식품부의 ‘외풍’에서 벗어나고 싶은 금융지주의 내부적 열망, 관료 출신들의 자리 챙기기 욕구 등이 다층적으로 얽혀 있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니, 현재로선 지주 전체의 시너지(동반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력도 없다”며 “독립적인 금융사로 갈 건지, 협동조합의 가치를 우선시할 것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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