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불확실성 해소” 일단 긍정적
기재부 “시간 끌지않아 다행”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은
실물회복엔 도움안돼” 걱정
“불확실성 해소” 일단 긍정적
기재부 “시간 끌지않아 다행”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은
실물회복엔 도움안돼” 걱정
유럽 5대 경제 대국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스페인은 지난해 4월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직후부터 다음 ‘타자’로 지목돼왔다. 9일(현지 시각) 스페인의 공식 구제금융 신청은 1년 이상 질질 끌어온 상황에 대한 일종의 확인이자, ‘쉼표’인 셈이다. 국내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겠다고 한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 또한 수면 아래 있던 악재의 노출을 반길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케이디비(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질서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며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증시가 소폭 상승한 것도 이런 평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유럽의 각국 재무장관들도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같은 반응”이라며 “우리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시장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런 밝은 면과 아울러 부정적 측면 또한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제금융 신청이 단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 재정부 고위관계자조차도 “스페인이 그만큼 부실이 심각하다는 것을 시인한 것인데, 충분한 지원이 안 되면 불안 요인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방식과 규모, 그 효과를 둘러싼 국내 시장의 반응이 당분간 ‘냉온탕’을 들락날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염상훈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구제금융이) 깔끔하게 정리된 게 아니다”며 “나쁘게 말하면 자칫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있는 ‘또다른 그리스’의 탄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은 유럽 부채위기란 드라마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 곧 있을 그리스의 2차 총선 결과와 주요 20개국(G20) 및 유럽 정상회의의 결과에 따라 흐름이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뢰밭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지뢰밭 구간을 지날 때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스페인 구제금융이) 스페인발 유럽 부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임시 미봉책 성격이 짙다”며 “어차피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의 최종 ‘방화벽’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 정책 당국자와 시장 전문가들의 근심은 위기가 점차로 실물경제로 이어질 파장 쪽에 쏠리고 있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스페인 익스포저(위험에 노출된 대출 및 투자금)가 적은데다,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이) 우리 금융·외환시장 쪽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문제는 실물 분야”라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은 실물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페인 구제금융을 바라보는 시장 쪽 시선도 비슷하다. 이창선 엘지(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스페인 경제가 계속 안 좋다는 게 문제”라며 “스페인이 마이너스(-) 성장하면, 자산가격이 떨어지면서 은행 부실도 계속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0.7% 성장률을 기록한 스페인 경제는 올해 구제금융 여파로 큰 폭의 성장률 하락이 예상된다. 스페인의 침체는 안 그래도 부진한 유럽 경제의 침체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스페인 -1.8%, 유럽연합)은 0%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지난 4월 내다봤다. 이는 스페인발 은행위기가 본격화하기 이전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수출을 고리로 유럽 쪽 위기에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3대 수출권인 유럽 쪽 수출은 이미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주형환 재정부 차관보는 “유럽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이 유럽 쪽에서 받고 있는 영향이 다시 교역을 통해 우리한테 전해지고 있다”며 “국내 소비와 투자 심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말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대외 경제 여건의 악화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 등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이라 할 수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류이근 권은중 최혜정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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