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악화는 막았지만 치유된건 없다” 불안 여전
G20의제도 ‘성장’ 부각될듯
G20의제도 ‘성장’ 부각될듯
그리스의 2차 총선 결과가 18일 국내외 금융시장을 띄우는 호재로 작용했지만, 유럽 부채위기가 치유의 길로 접어든 게 아니라 잠시 잠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경계와 불안감이 다시 번지고 있다. 실물경제마저 꺾이는 추세여서 부채위기가 회복을 기약하기 어려운 만성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시장동향 점검회의에 참석했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계속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가 상황 악화는 막았지만, 아무것도 해결해준 게 없기 때문이다. 되레 한동안 정치적 일정에 가려 있던 세계 경제의 ‘그늘’에 대한 관심만 다시 커지고 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탄탄하고 균형잡힌 글로벌 성장은 아득한 야망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잠깐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는 최근 다시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위기의 핵인 유로존은 올해 마이너스(-) 0.3% 성장(유로 통계청)이 예상된다. 지난해엔 그래도 1.5% 성장했다. 골칫거리로 떠오른 그리스는 구제금융 재협상을 통해 긴축 조건을 완화시킨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물경제가 성장을 해야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바닥난 상태다.
김학균 케이디비(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채위기를 해결하려면 경제가 성장하거나 아니면 빚을 탕감받아야 한다”며 “이미 빚을 크게 탕감받은 그리스가 추가로 탕감받긴 어려운데다 성장 전망도 미약하다”고 말했다.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유승경 엘지(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평가절하할 수 있는 자기 화폐(드라크마화)로의 회복 없이는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며 “상황은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긴축의 역설’이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비롯된 위기를 구조화, 상시화하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공공부문과 기업의 씀씀이를 확 줄이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실업률이 상승하고, 가계의 소비력과 빚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유승경 연구위원은 “그리스나 스페인이 지속되는 경상수지 적자, 재정적자로 빚만 더 늘어나고 있다”며 “실업으로 가계 부채는 늘어만 가고 긴축으로 경제의 성장도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4월 실업률은 그리스(21.7%)보다 높은 24.3%를 기록했다. 그리스는 지난 4분기 동안 -6% 안팎의 성장률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 전반의 상황도 크게 나을 바 없다. 유로존의 1분기 취업자 수는 전기보다 감소했다. 3년 연속 감소세다. 4월 수출도 전달보다 줄면서 두달 연속 감소했다. 부채위기는 성장 없이는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다시 침체에 빠져드는 유럽 경제는 위기의 만성화를 초래할 수 있다.
유로존 밖에서도 희망의 빛줄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금융위기 와중에도 세계 경제의 버팀목 노릇을 해온 신흥국들마저 눈에 띄게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거대 신흥국들의 모임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성장엔진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식고 있다. 중국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200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경기부양에 적극 나선 것도, 성장세 둔화가 심각하다는 방증이었다.
신흥국 경제도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제에 ‘동조화’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코넬대 교수)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많은 선진국들이 경기침체에 빠져들면서 신흥국들마저 급격한 성장률 하락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위기가 지속되면서 전세계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시장조사회사인 톰슨 로이터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4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세계 기업의 자본조달액은 597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0%가량 감소했다고 전했다. 기업의 자금조달 감소는 투자를 위축시켜 고용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유럽 위기가 악화하면서 기대했던 미국의 회복세마저 꺾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지난달 산업생산이 전달에 견줘 0.1% 감소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잠정치)도 지난해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도 이달 들어서 급감했다.
유럽, 미국, 신흥국의 성장세가 동시에 꺾이면서 경기부양의 움직임과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도 800억유로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처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18~19일(이하 현지시각)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28~29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긴축’을 대신해 다시 ‘성장’이 주요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류이근 최현준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ryuyige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포공항 옆 20년간 숨겨진 비밀습지
■ 주폭 100명 구속…대부분 노숙인, 치료보다 때려잡기?
■ 디아블로 ‘환불 꼼수’ 논란
■ 진동파운데이션 중국 홈쇼핑서도 불티
■ 왕년의 웹사이트들, 특화 서비스로 ‘제2의 청춘’
■ 김포공항 옆 20년간 숨겨진 비밀습지
■ 주폭 100명 구속…대부분 노숙인, 치료보다 때려잡기?
■ 디아블로 ‘환불 꼼수’ 논란
■ 진동파운데이션 중국 홈쇼핑서도 불티
■ 왕년의 웹사이트들, 특화 서비스로 ‘제2의 청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