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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14가 “힘내세요” 외치는 역설적 이유

등록 2012-07-03 14:09수정 2012-07-03 20:57

4일부터 안내 인사 변경키로
시대 따라 멘트도 세태 반영
4일부터 114 전화번호 안내 인사가 ‘힘내세요 고객님’으로 바뀐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14 전화안내 멘트는 ‘사랑합니다 고객님’이었다. 케이티스(ktis) 미디어마켓사업부문 전병선 전무는 3일 “어려운 시기에 고객에게 조금이나마 생활의 활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인사 멘트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114로 전화를 걸어 궁금한 전화번호를 묻는 이들은 대개 바쁘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궁금한 전화번호를 알려주길 바랄 뿐, 전화번호 안내 멘트에 신경 쓸 틈이 없다. 하지만, 114 전화 안내도 엄연한 서비스인 만큼 회사 쪽에서는 고객, 즉 평범한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힘을 줄 수 있는 멘트를 고민한다. 나름 유구한 역사를 지닌 전화 안내 멘트에도 당시 사회상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케이티스 쪽 설명을 들어보면, 전화 안내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1935년 당시 안내 멘트는 “네~”였다. 일제강점기다운 단순 명료한 인사인데, 안내 속도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인사 멘트는 1970년대까지 유지됐다. 일제 식민지-해방-한국전쟁-산업화 초기로 이어지는 ‘먹고살기 힘들 시절’, 통화는 최대한 짧게 하는 게 미덕이었으리라.

전화국 업무가 체신부에서 떨어져나와 공기업인 한국통신으로 이관된 1980년대 전화안내 인사 문구는 “ㅇㅇ호입니다”였다. 안내원이 자신이 몇번 안내원인지 소개한 것이다. 뒤이어 1990년대에는 ‘네’라는 한 단어를 서로 다른 톤으로 반복해 말하는 “네~네~”였다. 초창기에 인사말에 비해 글자 수는 두배(?)로 늘었지만, 워낙에 빨리 발음하는 바람에 인사 시간은 비슷했다.

1997년을 기점으로 전화 안내 멘트는 큰 변화를 맞는다. ‘솔’ 음정으로 시작되는 말투의 “안녕하십니까~”가 인사말이 된 것이다. 이른바 ‘고객만족’, ‘고객감동’ 경영이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에서도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외환위기가 밀어닥친 때였다. ‘안녕하십니까?’라는 상냥한 인사말에 역설적이게도 더욱 고단해진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셈이다.

‘안녕하십니까?’라는 안내 멘트는 2006년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란 좀더 낯 간지러운 말로 대체됐다. 2010년에는 ‘반갑습니다 고객님’으로 바뀌었다가, 2011년 초 다시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회귀했다. 세상이 팍팍한 만큼 대놓고 ‘사랑합니다’란 말에 고객들이 좀더 호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힘내세요 고객님’이란 안내 멘트도 그만큼 세상살이가 팍팍해졌다는 반증일 터, 무심코 듣고 넘기는 전화안내 멘트에서나마 힘을 얻길~.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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