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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입’은 주는데 냉장고는 왜 자꾸만 커질까

등록 2012-07-16 20:39수정 2012-07-17 11:22

(※클릭하면 이미지가 확대됩니다.)
엘지-삼성 이번엔 900ℓ대 대형냉장고 경쟁
쓰다보면 크다는 느낌 없어져
소비자로선 점점 대용량 좇게 되고
업체에겐 용량 경쟁이 곧 기술 경쟁
브랜드 이미지로 마케팅 효과

여름철, 냉장고가 바빠질 때다. 올 여름은 예년과 달리 냉장고 제조사들도 분주해 보인다. 통상 3월과 9월 냉장고 신제품이 출시돼왔다. 3월은 여름철을, 9월은 김장철을 노려서였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용량의 신제품을 7월에 내놓더니, 8월 신제품을 선보이려던 엘지(LG)전자 역시 7월로 앞당겨 다시 사상 최대 용량 냉장고 예약판매에 나섰다.

경쟁이 치열해서다. 냉장고 경쟁은 표면적으론 ‘질’보다 ‘양’이다. 드디어 900리터대까지 나왔다. 2010년 3월 엘지전자가 801리터짜리 양문형 냉장고를 선보인 이래 2년4개월 만인 지난 4일 삼성전자가 900리터짜리를 먼저 내놓았다. 이에 맞대응하듯 엘지전자는 오는 8월 910리터 출시 계획을 16일 알렸다.

1990년대 후반 600~700리터급 양문형 냉장고를 삼성·엘지전자가 앞다퉈 국내에 출시한 이래로 800리터급이 나오기까지 10년 넘게 걸린 것과 비교하면 ‘용량 증가’의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2010년 800리터급으로 올라오며 냉장고의 대용량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700리터대 제품이 10년 넘게 유지되다 최근 용량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냉장고 용량은 늘어났지만 냉장고를 이용하는 가족 수는 도리어 줄어들었다. 통계청 집계로, 1980년대 평균 가구원 수는 4명대였지만, 90년대 들어 3명대로 줄어들었고, 2000년 3.1명을 거쳐 2010년엔 2.7명까지 감소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1인 가구수는 453만9000가구로 4집 중 1집꼴이다. 통계청은 오는 2035년엔 3집 중 1집이 독신가구일 걸로 예상한다. 대용량 냉장고의 수요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냉장고 용량의 차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도도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최신제품인 900리터 제품은 지난해 출시된 850리터짜리보다 2리터짜리 생수병 25개가 더 들어가야 하지만, 소비자들은 피부로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소비 패턴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처음 쓸 땐 어느 정도 커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만족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냉장고의 이익률이 다른 전자제품에 견줘 그리 높은 편도 아니다. 삼성전자나 애플의 스마트폰 이익률은 20%가량 되고, 텔레비전도 이익률이 15%까지 올라가지만, 생활가전은 5~10% 수준이다. 생활가전 중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가 비슷하다.

그런데도 대용량 냉장고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케팅 효과다. 질보다 양의 경쟁으로 보이지만 냉장고 용량은 곧 기술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텔레비전은 화질을 보고 비교할 수 있지만 냉장고는 겉보기로 기술력을 알 수 있는 게 없다”며 “냉장고 용량을 늘리려면 고효율 단열재 기술과 수납공간 설계 최적화 등 첨단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용량 경쟁은 곧 기술 경쟁”이라고 말했다.

엘지전자 관계자도 “첨단 기술을 대용량 냉장고에 구현해 내면, 브랜드 이미지가 곧 마케팅 효과로 나타난다”며 “크게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큰 공간을 냉각하는 기술이 첨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신혼부부나 고소득층 등 대용량 냉장고의 고정 수요층이 있는 것도 대용량 냉장고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1인 가구 급증으로 작은 용량 냉장고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대용량 냉장고의 고정 수요층도 있어서 냉장고 소비 역시 양극화되고 있다”며 “아울러 우리나라의 냉장고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 새로 나온 대용량 냉장고가 시장을 주도하기까지 2~3년밖에 안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올해 800리터급 냉장고가 전체의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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