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직원 출석점검 롯데마트 잠실점 직원(맨 앞 빨간 상의 입은 이)이 지난 4월13일 오전 조회에서 입점업체 직원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친절교육을 하고 있다. 보통 9시30분 조회에서는 마트 직원이 올라와 입점업체들의 출석체크를 한다. 1회 지각 시 내용증명을 보내고 3회 시 퇴사조처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으로 각 중소기업에서 파견된 직원들을 직접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입점업체 직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현장에 나오면 마트 쪽에서는 가장 먼저 출석부를 없앤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마트 쪽 사은행사에도 참여를 사실상 강요당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마트의 횡포를 지적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수수료율·결제조건 등 ‘빈칸’
중소 납품사 착취 ‘노예문서’
외국 유명사엔 ‘납작’ 이중적
공정위, 6개업체 제재 나서
중소 납품사 착취 ‘노예문서’
외국 유명사엔 ‘납작’ 이중적
공정위, 6개업체 제재 나서
* 유통공룡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이 ‘공란계약서’를 이용해 중소 납품업체들에 손해를 끼쳐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란계약서는 상품대금 지급 조건, 판매수수료율, 계약기간 등 핵심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가 대형 유통업체가 임의로 채워넣도록 만든 것으로, ‘노예 문서’와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 납품업체와 계약 때 공란계약서를 임의로 사용해온 6개 대형 유통업체에 법 규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아울러 이들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저울질하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 대형 유통업체는 중소 납품업체의 인감 등이 찍혔으나 핵심 내용인 상품대금 지급 조건, 판매수수료율, 판촉사원 수, 매장 위치와 면적, 계약기간 등은 빈칸으로 놔둔 계약서를 여러장씩 받아두고 있었다. 공란계약서는 이후 대형 유통업체들한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계약서와 별도로 작성하는 부속합의서도 판촉비 분담 비율, 반품 기준, 반품 대상 등 중요한 내용을 빈칸으로 비워뒀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일방적으로 아무 때나 계약조건을 바꿔서 채워넣기도 했고, 계약기간이 끝난 뒤 형식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반면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의 유명 브랜드와의 계약서에는 핵심 계약 내용을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이중 행태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자와 계약을 맺을 때는 완결된 계약서를 납품업체에 줘야 하고, 판촉행사를 하거나 판촉사원을 파견받을 때 등에도 납품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공란계약서 관행으로 납품업체에 과도한 판촉비용을 전가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판촉사원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런 불완전 계약서 작성 관행이 불공정거래 행위의 주요인이라고 보고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20일 6개 대형 유통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열어 서면계약 준수를 요구하는 한편, 이번에 적발된 위법행위는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정리해 시정조처를 내릴 계획이다. 지철호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납품업체들과 연쇄 간담회를 열고 ‘핫라인’을 운영해 백지 계약서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대형 유통업체의 관행 중에 추가로 고칠 것이 있는지 계속 사례를 수집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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