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론 채택…여 “시급사안 아니다” 차기정권 미룰 뜻
이명박 정부 ‘공기업 민영화’의 상징인 산업은행 민영화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 공공성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세계적 투자은행(IB) 도약’이라는 기존 목표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야당이 원점 재검토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하고 여당에서도 ‘후순위’로 밀리면서, 산은 민영화 일정은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들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은 17일 “산은 민영화는 현 정부에서 처리하지 말고 처음부터 재검토하자는 것이 당내 공통된 의견”이라며 “필요하다면 2014년 5월로 정한 기업공개 기한을 연장하는 등 산은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도 “경제민주화·저축은행 등 현안이 많은데, 산은 민영화는 시급을 다투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자연스레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한국형 투자은행이 필요하다”는 주장 아래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해왔다. 산은은 1954년 출범 이후 산업 지원과 장기 투자 등을 통해 경제개발의 지원군 구실을 수행해왔지만, 국가주도의 경제개발이 민간 쪽으로 옮겨가면서 정책금융의 구실이 축소돼왔다. 여기에 민간 금융사들과 업무영역이 겹치면서, 정체성 혼란과 시중은행의 견제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러한 산은의 모호한 입지와 ‘금융의 거대화·세계화’를 강조하던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만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이라는 민영화 그림이 탄생한 것이다. 정책금융 업무는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됐고, 산업은행에는 2014년 5월까지 1주 이상 매각해야 한다는 ‘일정표’가 제시됐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기업금융에 특화된 투자은행’이라는 애초 민영화 취지는 사라지고 소매금융 확대에 열을 올리는 ‘또 하나의 시중은행’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은행 대신 정책금융 업무를 수행해야 할 정책금융공사 역시 간접대출을 시행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지원 대상과 중복돼있고, 국외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한 금융지원은 수출입은행이 치고 들어오면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산은 민영화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야 할 금융 당국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산은 민영화 시나리오는 금융 당국이 아닌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주도한 내용이어서, 정부 안에서도 추진 동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민주통합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구실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현재와 같은 민영화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산은의 공적금융 구실을 재정립한 뒤 민영화 논의를 해도 늦지 않는다”며 “기업은행은 상장기업이지만 중소기업 금융지원 등 공적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산은 민영화 역시 새로운 정부에서 정책금융의 큰 그림 안에서 다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산은 민영화의 첫 관문인 ‘대외 채무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산은이 발행한 국외 채권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당론을 정한 바 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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