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3위인 에스케이(SK)그룹은 주력 사업군인 에너지와 통신·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시나리오 경영’을 시작했다. 전개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고, 각각의 경우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에너지 파트에서는, 기름값과 환율 움직임이라는 양대 변수에 따른 다양한 경우에 대처할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 여파로 공장 설비 가동률과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그에 따라 유가가 약세를 보일 경우, 중동 정세 불안에 따라 유가가 오름세를 보일 경우 등 여러 상황마다 다양한 환율 움직임을 대입해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 환율·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계열사들은 공동으로 환 대책위원회를 꾸려 모임을 하고 있으며, 환리스크 관리와 원유 구매처 다변화 등 여러 방안을 논의중이다.
통신 분야는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영향을 받는 업종이지만, 엘티이(LTE) 망 구축에 전력을 쏟으며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반도체 분야에서는 ‘불황 이후’를 대비한 공격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낸드플래시(직렬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12일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개발업체인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해 이탈리아 기술센터로 전환했고, 20일에는 30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미국 컨트롤러 업체인 엘에이엠디(LAMD)를 인수했다. 뒤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에스케이하이닉스 청주 제3공장에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한 엠(M)12라인을 준공했다. 이런 공격적인 경영은 올 초 하이닉스 인수 결단을 내린 최태원 그룹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최 회장은 또 에스케이경영경제연구소에서 분석한 전세계 경기 동향에 관한 보고서와 주요 계열사들의 안정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향 등에 관해 주 1~2회 보고를 받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경영 환경에 탄력적이고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재무구조를 탄탄히 하면서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대한민국 남자 문재인’ 구호가 불편한 이유
■ 대구 미군부대 군무원 ‘출입증 장사’ 사실로
■ “통합진보당은 암세포”…교도소서도 공안몰이
■ ‘군대때 폭언’ 제대뒤 첫 처벌
■ [화보] 집 나온 벌떼 옮기려니 ‘쿵쾅쿵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