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33개월만에 최저치
33개월만에 최저치
지난 2분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1분기의 반토막이다. 이런 추세로 경기둔화 국면이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이 얼마 전 대폭 낮춘 올해 성장률 예상치 3%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26일 한은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전기 대비로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 1분기 성장률 0.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4분기 0.3% 성장에서 올해 들어 성장세에 탄력이 붙는 듯하다가 2분기에 오히려 꺾여버렸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가장 큰 ‘웅덩이’에 빠졌다가 나왔는데 2분기엔 스페인 위기 등으로 웅덩이에 다시 빠졌다”고 표현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성장률 추이도 내리막길이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 3분기 3.6%에서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이 올 2분기쯤에는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오히려 반대이다. 1분기 2.8%에서 2분기에는 2.4%로 2009년 3분기(1.0%) 이후 3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는 전년동기 대비 2.6% 성장한 것으로 추정돼 역시 한은의 예상치 2.7%를 밑돌았다.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가장 큰 이유는 수출과 설비투자의 감소다. 전기 대비로 수출은 0.6% 줄었으며, 지난 1분기에 10.3%나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무려 6.4%나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로도 2.9% 줄었다. 정부소비도 1분기에 지출을 집중하는 바람에 2분기에는 0.2%의 감소세를 기록하며 내수경기 침체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간소비 역시 1분기만 해도 1.0% 증가했지만 경기둔화의 우려가 가시화된 2분기에 증가율이 0.5%에 그쳤다.
2분기의 저조한 경제성적표는, 우리 경제가 유럽발 세계경제 위기의 영향권에 본격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근태 엘지(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의 부채위기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2분기에 더욱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줄인데다 미국과 중국 등 주력 수출시장의 경기침체로 수출 부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이나 한은이 발표한 각종 실물경기 지표에서도 수출 여건의 악화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이 뚜렷하다.
하반기 전망도 어두워 ‘L자형’ 저성장의 고착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분기까지의 경기흐름에 관성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대부분의 견해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연구팀장은 “2분기에는 아무리 안 좋아도 0.6~0.7%는 성장할 걸로 봤는데 결과를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률이 너무 낮다”며 “아무래도 유로존 위기의 충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위기가 가닥을 잡지 못하면 올해 3%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경기 전망마저 불투명해지자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의 필요성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기둔화 국면이 길어지면 자칫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일단 추경에는 소극적이다. 대신 하반기 경기활성화용으로 이미 책정한 8조5000억원 규모의 ‘보충재정’을 앞당겨 집행하기로 했다. 섣부른 재정지출 확대나 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진국의 부채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어차피 장기적인 추세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수경기 활성화 방안이 주로 부동산 경기에 초점을 맞춘 것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 임계치에 이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저축률 하락으로 투자여력을, 또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소비여력을 약화시킨다. 이는 결국 성장잠재력마저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홍종학 의원(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지금의 유럽발 경제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위기의 본질은 과도한 감세, 무분별한 규제완화, 부동산 거품 등에 있는 만큼 우리 경제도 이를 교훈 삼아 내실을 다지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최현준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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