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8초’ 판매량 서너배 껑충
제품 동나 사기 어려운데다
물건 사도 더위 꺾인 뒤 설치
값비싼 제품만 팔고 값도 올려
AS신청땐 “인력없다” 무한대기
“날씨경영 실패 소비자에 전가” 전자제품 회사와 양판점들이 울다 웃었다. 에어컨 때문이다. 한달 전만 해도 에어컨이 안 팔려서 애타던 업체들은 너무 잘 팔려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13일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폭염에 올림픽 효과까지 겹치면서 7월 말~8월 초 에어컨 판매량이 예년에 견줘 3~4배씩 늘어났다. 엘지(LG)전자는 7월 상순 대비 7월 하순 판매량이 4배 정도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7월 에어컨 판매량이 6월보다 3배 늘었고, 7월 말 판매량은 6월 말에 견줘 4배가량 증가했다. 위니아만도는 8월 초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7월 초순만 해도 업체들은 울상이었다. 불황에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친데다 무더위도 본격화하지 않았던 때다. 당시 업체들은 에어컨 판매량이 예년에 견줘 절반밖에 안 된다며 ‘우는소리’를 했다. 양판업체들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하이마트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52.5% 줄었다. 하이마트의 매출액 중 비중이 가장 큰 에어컨 판매가 40%가량 감소한 탓이다. 에어컨 가격도 대폭 낮췄다. 160만원대 삼성전자 에어컨은 100만원대까지 내려갔고, 엘지전자의 220만원대 제품은 170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후 상황이 반전돼 에어컨 제조사와 판매점들은 폭염을 즐겼지만, 소비자들은 울화통이 터졌다. 업체들이 폭염 특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까닭에 제품 구매가 쉽지 않았고 운 좋게 물건을 구했어도 설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기존 에어컨 수리에 인력 배치를 줄이거나 값비싼 신제품만 만들어 판매한 것도 소비자들의 불쾌지수를 높였다. 갓난아기 때문에 에어컨 구매에 나선 황아무개(34)씨는 “엘지전자 대리점에 에어컨을 사러 갔더니, ‘손연재 에어컨’ 말고 다른 모델은 공장에서 만들지를 않아서 8월 말에나 설치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형 모델 대신 200만~300만원씩 하는 새 모델만 판매하려 했다는 얘기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40대 조아무개씨는 “삼성 에어컨이 고장나서 에이에스(A/S)를 맡겼는데, 20일이나 걸린다고 했다”며 “삼성 쪽에서는 에이에스센터 직원이 1명밖에 안 되는데 수리 신청이 50대 정도 들어와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에어컨 판매와 이용이 급증했는데도 사후 서비스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은 탓이다.
안 팔릴 때 밀어내기식으로 싸게 팔던 에어컨 가격을 올리거나 웃돈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김연아 에어컨 2’는 7월 말을 전후해서 10만원가량 가격이 인상됐고, 엘지전자의 ‘휘센 손연재 스페셜’도 21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올랐다. 전반적으로 양판점과 대형마트들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에어컨 가격을 5~15%씩 올려 팔았다. 유통업체들은 삼성·엘지 등 제조사들이 판매장려금을 줄였다고 설명한다. 제조사들은 비수기에 유통업체에 주던 보조금을 줄 이유가 없어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제품이 다 떨어졌다거나 배송·설치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웃돈을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에어컨을 산 김아무개(40)씨는 “주문이 밀려 있다면서 일주일 넘게 기다리라고 하더니 갑자기 물건이 없다면서 주문을 취소하라고 했다가 10만원을 더 주면 물건을 구할 수 있다고 하더니 다음날 물건이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날씨 경영’에 실패한 업체들이 날씨 변화에 따른 이익은 제 몫으로 챙기고 손실은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최근 기후 변화 영향이 제품의 기획·판매·마케팅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도 이런 변화를 제대로 전망하지 못한 업체들이 ‘우왕좌왕 경영’에 따른 손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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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경영 실패 소비자에 전가” 전자제품 회사와 양판점들이 울다 웃었다. 에어컨 때문이다. 한달 전만 해도 에어컨이 안 팔려서 애타던 업체들은 너무 잘 팔려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13일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폭염에 올림픽 효과까지 겹치면서 7월 말~8월 초 에어컨 판매량이 예년에 견줘 3~4배씩 늘어났다. 엘지(LG)전자는 7월 상순 대비 7월 하순 판매량이 4배 정도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7월 에어컨 판매량이 6월보다 3배 늘었고, 7월 말 판매량은 6월 말에 견줘 4배가량 증가했다. 위니아만도는 8월 초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7월 초순만 해도 업체들은 울상이었다. 불황에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친데다 무더위도 본격화하지 않았던 때다. 당시 업체들은 에어컨 판매량이 예년에 견줘 절반밖에 안 된다며 ‘우는소리’를 했다. 양판업체들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하이마트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52.5% 줄었다. 하이마트의 매출액 중 비중이 가장 큰 에어컨 판매가 40%가량 감소한 탓이다. 에어컨 가격도 대폭 낮췄다. 160만원대 삼성전자 에어컨은 100만원대까지 내려갔고, 엘지전자의 220만원대 제품은 170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후 상황이 반전돼 에어컨 제조사와 판매점들은 폭염을 즐겼지만, 소비자들은 울화통이 터졌다. 업체들이 폭염 특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까닭에 제품 구매가 쉽지 않았고 운 좋게 물건을 구했어도 설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기존 에어컨 수리에 인력 배치를 줄이거나 값비싼 신제품만 만들어 판매한 것도 소비자들의 불쾌지수를 높였다. 갓난아기 때문에 에어컨 구매에 나선 황아무개(34)씨는 “엘지전자 대리점에 에어컨을 사러 갔더니, ‘손연재 에어컨’ 말고 다른 모델은 공장에서 만들지를 않아서 8월 말에나 설치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형 모델 대신 200만~300만원씩 하는 새 모델만 판매하려 했다는 얘기다.
에어컨 모델로 활동 중인 김연아와 손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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