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70% 고소득층·LTV도 50% 밑돌아 “위험 낮다”
KDI “취약가구 360만”…금융권도 “저신용자 489만명”
부채 상환 여력 계속 떨어져 ‘가계대출 부실화’ 심각
KDI “취약가구 360만”…금융권도 “저신용자 489만명”
부채 상환 여력 계속 떨어져 ‘가계대출 부실화’ 심각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 내부의 가장 큰 악재다. 하지만 얼마나 심각한 악재인지, 또 해결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시각 차이가 크다.
정부는 해결할 수 있다는 쪽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가계부채의 70% 이상은 고소득층 몫이고 가계의 자산이 부채보다 여전히 많으며, 담보인정비율(LTV)도 50%를 밑돌아 대규모 금융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없다는 게 주요 근거다. 박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도 가계부채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정부가 가계부채의 위험을 인식하고 상당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학계와 금융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빚을 진 가계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낙관과 우려의 엇갈림은 진단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 원인과 지속가능성’이란 보고서를 냈다. 결론은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으면 아직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한은의 이런 진단과 인식은 재정부와 거의 같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 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오이시디는 이미 2009년 기준으로도 한국의 가계부채가 회원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뒤 3년 동안 한국의 부채 증가율이 30.1%로 세계 4위라는 보고서를 냈다. 또 2011년 기준 개인순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63.8%로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가계 쪽의 상환 여력은 계속 떨어져 대출 부실화가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6월말 부실채권 현황’을 보면, 가계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76%로 2006년 9월말 0.81%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집단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1분기 전보다 0.16%포인트 증가한 1.3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2010년 12월) 가장 높았다. 지난해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신용카드 부실채권비율도 1.61%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돈을 꿔준 금융기관이 아니라 가계의 처지에서 살펴보면 가계부채의 위험은 더 심각하다.
한은 보고서는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근거로 부채상환능력이 없는 한계가구의 비중은 2.2%(38만 가구), 이들의 부채는 전체의 7.3%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은은 ‘소득에서 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고 동시에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경우를 한계가구로 분류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이런 기준의 한계가구 분류를 의아해한다. 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6등급 이하면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큰 ‘부실가구’로 본다. 2011년 6월말 기준으로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는 489만명에 이른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체 가계부채에서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구의 부채가 비교적 적더라도 부실 위험에 빠진 가구 자체가 많은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의 소비지출액보다 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으면 재무여력이 취약한 가구로 분류하면서, 이들을 전체 부채가구의 3분의 1 정도로 추정했다. 가구 수로는 약 360만이다. 대략 다섯집 가운데 한집꼴로 빚 부담 때문에 적자에 놓인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소득·저신용 계층일수록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추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2.8%인데 가계의 이자 지출은 은행권(26조2000억원)보다 ‘기타 금융중개회사’(35조원) 몫이 더 많다. 그만큼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대부업체 등에 지불하는 이자 부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총량의 증가를 막는 동시에 저소득층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법은 내수경기 활성화와 가계의 소득기반 확장뿐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이재명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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