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를 만들면 서버주소에 따라 국가 깃발이 뜨도록 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어진 ‘국가 대항전’이 유럽시장 성공을 이끌었습니다.”
15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3대 게임전시회 ‘게임스컴2012’에서 만난 유휘동 넥슨유럽 게임서비스실장은 온라인게임 ‘컴뱃암즈’가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국가 대항전’을 꼽았다. 컴뱃암즈는 이용자들이 무리지어 전투를 벌이는 1인칭 슈팅게임(FPS)이다. 47개 나라가 모여있는 유럽에서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바탕으로, 팀 대전을 국가대항전으로 유도한 기획은 게임공급사인 넥슨유럽의 ‘작품’이었다. 이 게임은 2009년 출시된 이후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려 지난달까지 유럽에서만 회원 550만명을 확보했다.
유럽은 47개 나라에서 50가지 언어를 쓰는 만큼, 현지에 적합한 게임서비스를 내놓기 까다로운 동네다. 전통적으로 콘솔게임(가정용게임)과 아케이드게임(오락실 게임), 피시 패키지게임(시디 게임)이 발달해 온라인게임이 파고들 수 있는 틈새도 넓지 않다. 그러나 영국, 독일, 프랑스 3개 나라만 합쳐도 전체 게임시장 규모가 16조원이 넘기 때문에, 게임업체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터를 닦은 넥슨, 엔씨소프트 등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에 진출했다. 수년 동안 문을 두드린 끝에 유럽 온라인게임시장도 차츰 열리고 있다. 현재 유럽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는 한해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라섰고, 이용자는 1억500만명에 이른다. 넥슨유럽은 지난해 매출 286억7000만원을 올리며 전년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유럽게임시장에서 통할만한 콘텐츠를 내놓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넥슨유럽은 게임스컴2012에서 새로운 온라인게임 두 가지를 공개했다. 제목은 ‘네이비필드2’와 ‘쉐도우컴퍼니’다. 이중 네이비필드2는 유럽의 역사가 담긴 1,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벌이는 3차원(3D) 전략 해전게임이다. 이 게임에도 유럽 나라들끼리의 국가대항전 형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가 이번에 공개한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 ‘길드워2’는 전편과 같이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카드게임 형식을 보탰다. 팀 대전을 할 때 가질 수 있는 기술을 8개로 제한하고, 상대편이 선택할 기술을 추리해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업체들은 온라인게임을 팔 때도 현지 문화를 고려하고 있다. 넥슨 유럽은, ‘좋은’ 콘텐츠 구매에는 인색하지 않지만 그만큼 엄격한 유럽 이용자들 성향에 맞춰 ‘고급’ 무료게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부분유료화(아이템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김성진 넥슨 유럽법인대표는 “부분유료화는 국내보다 유럽에서 저항감이 덜하고 특히 젊은 이용자들에게 많이 열려있다”며 “고소득층이 더 많고 물가도 높아 아이템 단가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도 유럽에서는 국내와 달리, 월정액제를 적용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피시 패키지게임 구입에 익숙한 유럽인들 습관에 맞춘 것이다. 새 게임 ‘길드워2’도 한번 패키지를 사면 계속 계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게임스컴2012에서는 유명 콘솔게임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닌텐도’가 참가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두 업체가 차렸던 전시장의 같은 자리를 올해는 넥슨유럽과 엔씨소프트가 차지했다.
쾰른/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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