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강자 쫓아가는 후발주자 전략
‘1위 기업’ 올라선 이후에는 안통해
이건희 회장도 ‘창의력’ 강조하지만
회장 출근따라 임직원들 새벽근무
총수 지배 ‘경직된 조직문화’ 한계
‘1위 기업’ 올라선 이후에는 안통해
이건희 회장도 ‘창의력’ 강조하지만
회장 출근따라 임직원들 새벽근무
총수 지배 ‘경직된 조직문화’ 한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초 신년하례회에서 “삼성전자의 위치가 좀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 복귀 이후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부쩍 강조해왔다. 이에 대한 삼성 관계자들의 풀이는 한결같았다. “그동안 우리 삼성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지만,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점차 위치를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올랐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른 추격자’였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시장을 앞서가기보다 시장의 강자를 재빨리 추종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방식이다. ‘시장 선도자’는 아이폰을 내놓고 시장을 뒤흔든 애플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에스(S)와 갤럭시에스2를 잇따라 출시하며 애플을 추격했고, 결국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번 미국 특허소송의 배심원 평결을 보면, 삼성의 이런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후발주자였던 때는 선발주자를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었지만, 세계적인 선도기업으로 올라선 이상 더는 추격 전략이 과거처럼 효과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경제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이자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면 빠르게 따라갔고, 그 뒤에는 뛰어난 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빼앗아 오곤 했다”며 “스마트폰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애플의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역시 이런 상황인식을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앞으로 몇 년, 십 년 사이에 정신을 안 차리고 있으면 금방 뒤지겠다 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 긴장된다”고 말한 게 그런 맥락이다. 삼성의 고위 임원들도 “지금까지는 앞에 누가 있으니 빨리 따라가면 됐는데, 이제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해졌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이 때문에 삼성은 창의성을 중시하는 과감한 경영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제일모직 등 여러 계열사에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가 하면 디자인 경영을 대폭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창의성’ 발언이 그룹에 끼치는 영향만 보더라도 삼성의 한계가 드러난다. 올해 초 이 회장의 소비자가전전시회 발언 뒤 삼성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굉장히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변화를 요구하셨다”며 “사장단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하향식 조직문화’를 고수하고 있다는 풀이를 낳는 대목이다.
최근 이 회장이 유럽출장 뒤 새벽 출근에 나서자,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덩달아 새벽부터 사무실을 지키는 것도 창의성을 강조하는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총수 1인 지배구조’라는 한국 재벌체제의 한계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전을 계기로 삼성이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콜린 치엔 미국 샌타클래라대학 법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평결로 삼성전자 제품 상당수의 미국내 판매가 금지될 경우 앞으로 시장에서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번 평결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삼성은 이미 지난해부터 다툼에 휘말린 특허를 우회하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신제품인 갤럭시에스(S)3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직사각형의 면들을 곡선화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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