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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금융기관, 돈보다 사람이다

등록 2012-09-06 19:28수정 2012-09-06 20:24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부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부소장
[99%의 경제]
HERI의 시선
“매일 매일의 업무현장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창업이념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립 24년 만에 캐나다 100대 신용협동조합 대열에 올라선 샤론신협의 성공비결이다. 캐나다 전역에는 2500개의 신용협동조합이 사업을 벌이고 있고 샤론신협이 있는 브리티시콜럼비아 주에만 99개가 활동하고 있다.

브리티시콜롬비아 주의 밴쿠버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은 함께 가꾸고, 거두며, 나누기 위해 1988년에 샤론신협을 설립했다. 샤론신협은 밴쿠버 한인사회의 경제협동체로 공익 금융기관임을 자임해왔다.

샤론신협의 중심가치는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의 영리 금융기관들과 사뭇 다르다.

샤론신협에는 대주주가 없고, 1인당 출자금은 3000달러(340만원)를 넘지 못한다. 그래서 ‘문턱, 차별, 고금리’ 의 3가지가 없다. 조합원 한사람은 최대 1만달러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예치해도 우대고객(VIP) 특혜란 없다. 모든 조합원이 출자금이나 예치금 액수에 상관없이 똑같이 의결권을 행사하고 대출의 권리를 누린다. 조합원이 고객이고 소유주이기에, 마케팅 등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조합원들에게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한다.

대출금리가 낮고 그래서 예대마진 수입이 적은데도, 샤론신협의 경영 성적표는 꽤 좋다. 처음 102명으로 출발했던 조합원이 24년 만에 1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자산은 38만6000달러에서 2억4000만 달러(2800억원)로 불어났다. 수천만 달러의 자산규모에 그치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의 대다수 한인신협들보다 오히려 덩치가 더 크다.

우리 현실로 돌아오자. 공공성을 잊고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많다. 가산금리를 이용한 부당이득, 저학력자 금리차별 등 이익극대화를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공공성과 사람(고객)은 뒷전이 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기구로 독립시키는 등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마련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을 우선하는 외국의 협동조합형 금융기관을 좋은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밴쿠버의 샤론신협은 고객들에게 더많이 나누면서도 건강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 부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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