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대 기업집단별 주요 재무지표
23곳 영업이익률 호전…1천원 팔아 91원 남겨
삼성을 비롯한 5대 재벌기업들은 지난해 국내 법인을 통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반면에 국외 법인들은 겨우 손익균형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실적호전에 따른 현금유입의 급증에 힘입어 전체 투자규모는 크게 늘렸지만 고용을 유발하는 설비투자보다는 주식 등 비업무용 자산 투자에 치중했다. 4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23곳의 2004년 결합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 분석보고서를 보면, 전체 매출액은 505조원으로 1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6조원으로 42.4%, 경상이익은 45조원으로 105.2%나 늘어나는 등 경영성과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에 따라 2003년에 평균 7.6%이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에는 평균 9.1%로 높아졌다. 1천원어치 물건을 팔면 91원 이익을 낸 셈이다. 삼성·현대차·엘지·에스케이·한화 등 5대 그룹의 영업이익은 34.9% 늘어난 29조원을 기록했으며, 삼성의 영업이익은 16조원으로 58.4%나 늘었다. 그러나 5대 재벌 계열사들의 영업실적을 국내외로 구분해 보면, 국외 법인의 수익성이 국내 법인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 국내 법인들의 영업이익률은 2003년 7.5%에서 지난해 10.2%로 크게 높아졌으나 국외 법인 이익률은 1.3%에서 1.5%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5대 재벌 평균으로는 지난해 국내 법인 영업이익률이 8.4%였으나 국외 법인은 1.1%에 머물렀다. 그동안 재벌들은 국내 제도 및 정책의 불확실성에다 인건비 등 비용상승으로 기업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실제로는 국내에서 큰 돈을 벌어 미미한 국외 투자 성과를 보전해온 것이다. 지난해 23개 기업집단의 투자활동을 위한 순현금유출은 60조원으로 71.7% 늘었지만 건물이나 기계장치, 연구개발비 등유·무형 자산에 대한 순투자는 39조원으로 35.1% 증가에 그쳤다. 김효희 금감원 선임조사역은 “기업들이 넘쳐나는 현금으로 설비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주식이나 금융상품 등 비업무용 자산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5대 재벌의 계열사간 내부 매출액 규모는 192조원으로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37%를 기록하며 전년도 34.4%에 견줘 2.6%포인트 높아져, 기업집단내 수직계열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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