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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헌재 “박정희식 개발독재 미래성장동력 없다”

등록 2012-09-11 19:07수정 2012-09-11 22:10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새 책 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박정희식 개발 모델은 수명을 다했다며, 40~50대 위주의 중심세력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새 책 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박정희식 개발 모델은 수명을 다했다며, 40~50대 위주의 중심세력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헌재 전 부총리 경제 진단과 제안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중산층의 붕괴와 소통 부재에 따른 신뢰의 위기를 경고하며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열린 시장’을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11일 나온 <경제는 정치다>(로도스)라는 저서에서 경제양극화가 심화할 경우 독일 나치와 같은 극단적인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의 양극화는 소득과 재산의 양극화를 넘어 기회의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산층 떠받치기에 재정자원을 집중 투여하고, 40~50대가 새로운 중심세력으로 등장해야 역동적인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적 후견인(멘토)으로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다시 공직에 출사하지 않는다는 개인적 원칙을 세워 정치권에 참여할 뜻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호도 ‘여천’(如川: 강물처럼)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하지만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와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는 숨기지 않았다. <한겨레>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출간 배경과 미래 세대에 하고 싶은 말을 들었다.

40~50대 새로운 중심세력 돼야
역동적인 미래 열 수 있을 것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새 책이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40~50대 전문가들의 공부 모임에서 몇차례 경제강의를 한 내용을 묶어서 책을 낸 것이다.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다가 내년까지 미루면 시기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지금 출간하게 된 것이다.”

-책 내용을 보면, 안철수 원장이 지난 7월에 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과 일치하는 대목이 많다. 사전에 교감이 있었나?

“안 원장을 최근 몇차례 만나기는 했다. 또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안 원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있으니까 강의 내용이 전달될 수도 있었겠지. 나는 정치인 안철수가 아니라 ‘안철수 현상’에 주목한다. 안 원장도 이전부터 국가 주도의 개발독재 모델의 한계를 계속해서 말해왔다. 60년대 체제에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아직 많고 이들이 사회 각 분야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열망과 ‘앙시앵레짐’(구체제)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의 확산, 이게 안철수 현상이다.”

-책에선 ‘60년대 체제’라는 표현으로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개발독재 경제모델의 한계를 많이 지적하고 있다. 아직도 60년대 체제가 살아 있다고 보는지?

“이미 수명이 끝난 시스템이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은데도 우리의 제도와 문화, 의식에는 살아 있다. 또 60년대 체제의 주역들이 여전히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 경제부총리로 취임할 당시 ‘박정희식 정부 주도의 총동원 체제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방식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후에도 8년여 동안 끌어왔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꽉 막혀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찾지 못하고 있다.”

구체제로는 안된다는 인식 확산
이게 안철수 현상이다
나는 정치권 참여 뜻 없어

-경제민주화가 이번 대선의 화두가 되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대선 주자마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다. 각 진영별로 차이가 보이는지?

“거의 같다고 본다. 선언적 구호 경쟁만 벌이고 있는 느낌이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으로 들어가 실천 의지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면 대선 주자들 사이에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함께 복지 공약 경쟁도 활발하다.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도 없는 인기영합적인 공약이 난무하는 경향도 있다. 바람직한 복지정책을 제시한다면?

“복지는 경제민주화와 연관되어 있다. 먼저 헌법 3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도록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고 있다. 119조 1항에선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경제질서를 강조하면서도 2항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해 국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결국 거시정책으로는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데 있다. 대선 주자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어떤 유기적인 정책을 펼 것인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총론에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견이 많은 것 같다.

“현실로 존재하는 재벌이 야생마라면 고삐를 바로 묶어 버리겠다고 말하는 건 선언적 효과밖에 없다. 그보다 실효성있게 해결하려면 본질적 문제에 접근해 서서히 제도라는 울타리로 몰아넣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 재벌들 가운데 가족을 회사 임원 자리에 이름만 올려놓고 회삿돈을 빼먹는 무모한 짓을 하는 곳은 없다. 강화된 기업회계기준이나 공시체계 같은 여러가지 시스템이 이렇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복지, 경제민주화와 연관
‘국민의 인간다운 삶’ 위한
유기적 정책 놓고 경쟁해야

-아무리 시스템을 잘 갖춰 놓아도 현실에선 재벌들이 사회 각 부문을 포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있지 않나?

“우리가 집을 하나 지으려고 해도 배관, 조명, 하다못해 콘센트 위치 하나까지도 섬세한 설계를 해야 하는데 국가 정책도 마찬가지로 각론과 디테일에 신경을 써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계열사간 순환출자에 대해 단박에 끊어낸다고 하면 재벌들의 반발도 클 것이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밀한 정책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거다.”

-재벌개혁과 관련해 경제력 집중 심화와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 관행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양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중소기업의 업종을 보호한다는 등의 대기업 규제가 있으면서 한쪽에서는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놀이마당’을 키워줘야 한다. 한국 사회의 나쁜 단어 가운데 하나가 ‘패자부활전’이다. 패자로 찍어놓고 기회 한번 더 주는 시혜적 방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100번을 넘어지더라도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경제에 지금 가장 시급한 현안은 가계부채 문제다. 자칫 일본식 장기 복합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진단과 해법을 제시한다면?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지 못하면 복합불황으로 가게 된다. 가계의 대차대조표상 수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를 떠받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한계에 이르렀다. 일자리가 부족해 가계의 소득 증가는 거의 제자리다. 그런데 빚 감당하느라 간신히 먹고사는 상황이다. 그럼 내수가 살아날 수 있겠나. 내수 시장이 없어지면 기업은 전부 외국으로 나가거나 수출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대외여건은 더욱 여의치 않다. 이대로 가면 복합불황을 피할 수 없다. 막으려면 우선 중산층 붕괴를 막는 데 재정자원을 집중 투여하고 고령층은 주택연금 등으로 자산을 유동화시켜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재벌개혁 위해 대기업 규제 강화
중기에는 클 수 있는 ‘놀이마당’을

-중장기적인 위기 극복의 대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개인과 기업한테 미친 듯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자는 거다. 지금 그런 활로가 게임, 영화, 엔터테인먼트 등 ‘놀이산업’에서 보이고 있다. 놀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디엔에이)를 살려 청년 기업인들의 놀이마당을 만드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처럼 물꼬를 터주는 역할과 함께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구조를 풀 수 있는 합리적 절차와 제도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책에서 거대한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그런데 40대와 50대 중반까지를 새로운 중심세대로 언급했는데 기준은 무엇인지?

“역사적 관찰과 개인적 경험을 종합하면, 40대에서 50대 중반 그 시기가 가장 역동적이고 어느 정도 경험도 쌓은 연령층이다. 또 2세를 위해서라도 죽어라 일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세대가 아예 쫓겨나거나 윗세대에 눌려 있다. 40, 50대 세대가 주역인 분야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고 본다. 20~30대는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40~50대는 중심세대로 사회를 이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박순빈 선임기자, 노현웅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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