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집·반찬가게·세탁소 등 골목가게
‘공동브랜드’ 만들어 대형마트 맞짱
정부, 내년부터 최고 5천만원 지원
‘공동브랜드’ 만들어 대형마트 맞짱
정부, 내년부터 최고 5천만원 지원
“요즘은 다른 전통시장에 협동조합 관련 강의도 하러 다니고 있고, 미가입 상인들한테도 조합 가입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19일 중곡제일시장 상인협동조합 박태신 조합장의 목소리에서는 ‘신바람’이 묻어났다. 2004년 조합을 만들어 시장 건물을 사들이고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대형마트에 대항하자는 이야기를 처음 꺼낼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3년 임기의 조합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가 조금씩 현실이 돼가고 있다. 중곡제일시장은 ‘아리청정’이라는 브랜드로 참기름·양념가공육·건어물 등을 팔고 있으며, 이달 안에 ‘아리청정’ 온라인 쇼핑몰도 개장한다. 매달 내는 출자금을 높이겠다는 조합원도 왕왕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조합 설립 뒤 처음으로 6% 배당도 실시했다. 시장에 특화돼 있는 떡집과 전·반찬 가게와 연계한 ‘제사상 차리기’ 서비스도 10월 안에 개시할 예정이다. 모든 게 처음이라 상인들 모두 낯설어했지만,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부도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영세 상인들의 이런 자발적 시도를 돕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1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위기관리 대책회의’에서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 방안 가운데 하나로, 내년부터 소상공인들이 소규모 협동조합을 설립할 때 최고 5000만원(사업비의 80% 이내)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올해 말 발효 예정인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5인 이상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다. 김윤상 재정부 지식경제예산과장은 “과일가게, 제과점, 세탁소 등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조직화와 협업화를 유도해 영세성 극복을 지원하려는 취지”라며 “지원 대상 사업은 공동 판매장과 기술개발, 마케팅, 브랜드 디자인 개발 등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 307억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내년에 약 600개 조합(조합당 10명 기준)으로 시작해 2015년까지 총 2000여개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소상공인들에게 정부의 지원은 일석이조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을 통해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실험들이 중곡제일시장뿐 아니라 광주광역시와 대구광역시 등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양산동에서 세탁소를 하는 유기양(44)씨는 ‘세탁 백화점’이란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유씨는 4명의 다른 세탁소 사장과 함께 세제, 포장재, 옷걸이 등을 공동구매하고, 지역 케이블티브이에 공동으로 광고도 내보낸다. 이를 통해 재료 구입비는 평균 11.1% 줄고, 매출은 평균 230%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외국에서는 소상공인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많다. 독일의 베코(BAKO)라는 빵집협동조합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550명의 동네빵집 주인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7000만유로(2007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바코에서는 밀가루와 과일 등 모든 식재료뿐만 아니라 제빵 기계, 포장지에 이르기까지 공동구매로 저렴하게 공급한다. 김윤상 과장은 “소상공인들이 조합을 꾸려 공동구매를 할 경우 구매력이 커져 재료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데다 공동 브랜드로 마케팅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류이근 노현웅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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