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카센(75) 프랑스 파리8대학 명예교수
세계화 반대운동 선구자 베르나르 카상 교수
경제수준 다른데 통화 통합 모순
ECB 해법은 은행만 배불리는 것
침체기 재정긴축은 위기 심화시켜
경제수준 다른데 통화 통합 모순
ECB 해법은 은행만 배불리는 것
침체기 재정긴축은 위기 심화시켜
“유로화의 폐기 없이는 유럽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경제적 재앙은 결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송두리째 위협할 것이다.”
프랑스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전 편집장이자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의 선구자인 베르나르 카센(75·사진) 프랑스 파리8대학 명예교수는 유럽 경제위기의 전망을 이렇게 비관했다.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과세운동 단체인 아탁(ATTAC) 창설자로도 유명한 카센 교수는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를 비롯한 6개 국내 진보단체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교호텔과 연세대학교에서 ‘민중주권’을 주제로 연 제4회 코리아국제포럼의 초청연사로 방한했다. <한겨레>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교동 서교호텔에서 카센 교수를 만나 유럽 경제위기의 전개 과정과 전망을 들어봤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겪고 있는 경제위기의 발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4년 전 미국 월가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세계자본주의 위기로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유럽의 경우 각국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금융부실을 해결했으나 경기침체로 이를 만회하지 못한 일부 재정취약국들 중심으로 재정위기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의 근본적인 요인을 유럽 안에서 찾는다면.
“유로화 단일통화체제가 근본적인 문제다. 역사와 경제발전 단계가 각기 다른 나라들이 단일통화체제로 묶이면 국가간 경제적 불균형은 커지는 게 당연하다. 유로화 체제에 편입되면서 자국의 경제력에 비춰 통화가치가 과도하게 평가절상된 나라들은 회원국들간 교역에서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고 이게 그리스처럼 국가부도 위기를 맞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다.”
-스페인은 개인 부채 증가와 이를 통한 부동산 거품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부분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하지만 그것도 넓게 보면 유로화 체제에 묶여 스페인이 독자적인 통화정책 권한이나 외환통제 수단을 갖지 못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렇다면 지금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제시한 해법으로는 이들 나라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보는 건가?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의 조처는 사실상 공공부채를 그 나라가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강력한 재정적자 감축을 조건으로 돈을 더 빌려주는 게 대응책의 뼈대이다. 유럽중앙은행은 1% 금리로 유럽의 은행들에게 돈을 빌려줘 이를 재원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국채를 5~6%의 금리로 사게하고 있다. 결국 은행들은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셈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금융지원인가.”
-어쨌든 재정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적자를 줄여야하는 것 아닌가?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적했듯이 경기침체기의 재정긴축은 위기를 심화시킨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재정수입은 더 줄어들어 또 재정긴축을 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렇다면 진보주의자의 시각에서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나.
“국가 단위의 어떠한 진보적인 정책도 유럽 단일통화체제와는 양립하기 어렵다. 지금의 유럽연합 체제는 투표로 위임받지 않은 권력들이 판을 치는 ‘자유주의적 독재체제’이다. 유로존이 해체되고, 각국의 통화주권을 인정하면서 보완수단으로 새로운 공동화폐제를 도입하거나 상대적으로 민족적 뿌리가 같은 몇개의 나라들끼리 공동통화권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몇 차례 방한한 경험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나름대로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나눠 말한다면.
“지난 1982년에 한국을 처음 방문을 때와 비교해보면 한국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했다. 그 만큼 안팎으로 역동성이 컸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정체된 나라인 반면에 한국은 늘 변한다. 프랑스에는 비관주의가 지배적인 반면에 한국 국민들에겐 자신감이 느껴진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정치적 불안은 여전한 것 같다.”
글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사진 정용일 출판사진부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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