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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태양아 바람아, 위기의 지구를 부탁해

등록 2012-09-26 16:38수정 2012-09-26 16:51

에스티엑스(STX)솔라 구미공장의 태양광발전 설비.  <한겨레> 자료사진
에스티엑스(STX)솔라 구미공장의 태양광발전 설비. <한겨레> 자료사진
화석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
재생에너지는 전세계 핵심과제
태양광·풍력발전 등 폭풍성장
IEA “2035년엔 핵심 에너지로”
북극해 바다얼음의 변화를 추적해오고 있는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는 지난 16일 북극해의 바다얼음 면적이 341만㎢까지 줄었다고 발표했다. 2007년 9월18일 기록했던 인공위성 관측사상 역대 최소면적 417만㎢ 에서 18%나 더 줄어든 것이다. 마크 세레즈 소장은 이 관측 결과를 알리면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변화가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은 연구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지금 미지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해 얼음의 급속한 감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1배나 강력한 메탄을 가둬둔 북극 바다 밑과 주변 영구동토지대의 거대한 온실가스 창고가 녹아내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후 패턴의 급격한 변화는 말할 나위도 없다.

에스티엑스(STX)윈드파워가 생산하는 2㎿급 풍력발전 설비. STX 제공
에스티엑스(STX)윈드파워가 생산하는 2㎿급 풍력발전 설비. STX 제공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대부분은 인류가 좀더 깨끗하고 편리한 에너지와 상품, 서비스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처리하는 자연의 능력은 이미 오래전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 계속 높아지고 있는 대기중 온실가스 농도가 그 증거다. 그 결과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인류의 상당수는 온실가스 배출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인구 5명 가운데 1명꼴인 13억명은 전기의 편리함을 모른 채 살고 있다. 27억명이 나무나 숯 또는 가축의 똥 말린 것 등으로 불을 피워 조리한 음식을 먹고, 그때 발생하는 매연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해마다 2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간다. 대부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개발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도 전기와 같이 깨끗하고 편리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현재 70억명인 세계 인구는 에너지 빈곤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늘어나 2050년이면 90억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동시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증가를 억제하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는 것과 같은 까다로운 과제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를 핵심 수단으로 삼아 이 과제를 풀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유엔총회가 2012년을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해’로 선포한 뒤 발표한 ‘총장 비전 성명’에서 “세계가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지금의 경로를 지속하면 지구 온도는 세기 말까지 4도나 올라가, 세계 경제와 인간의 건강, 지구의 뭇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생태계, 에너지와 식량과 물, 국제안보에 이르는 모든 것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기존 에너지를 더 깨끗하게 사용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이 경로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모리칩에서 유조선, 무선통신기술에서 해저탐사기술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상품과 기술 가운데 재생에너지만큼 국제사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분야도 찾기 어렵다.

기후 재앙으로 다가가는 지구의 경로를 바꿔야 한다는 숭고한 대의에 자극을 받았든, 단지 경제적 이익에 이끌린 결과이든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은 놀라운 속도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해 발표한 기술혁신보고서를 보면 민간과 정부 부문을 합한 전세계의 재생에너지와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는 2004년 330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연평균 38.3%씩 꾸준히 늘어나 2010년 211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생산능력도 급속히 늘어났다.

저개발 지역에서 소각열을 얻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바이오매스(나무나 동물의 배설물 등)와 수력·전기 같은 전통적 재생에너지 다음으로 널리 보급된 재생에너지인 풍력 발전 시설규모는 세계적으로 지난 10년 동안 10배가 늘었다. 세계풍력협의회(GWEC)의 세계풍력보고서를 보면, 2001년 23.9GW(기가와트·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규모에 해당)이던 세계 풍력발전 시설 용량은 2008년에 100GW를 돌파한 이후 세계 경제가 잇따른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휘청거리는 가운데서도 해마다 40GW 안팎씩 늘어나 2011년 말 현재 237.7GW에 도달했다.

태양에너지 부문의 최근 성장 속도는 더 빨랐다. 유럽태양광산업협회(EPIA)의 세계시장전망 보고서를 보면 2006년 말 6.9GW이던 세계 태양광발전 설비 용량은 유럽, 미국, 일본, 중국에서 설비량이 크게 늘어 2011년 말 69.7GW로 올라섰다. 5년 만에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브라질과 미국 등 농지가 넓은 나라들에선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을 원료로 한 바이오 연료 산업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바이오 연료는 브라질에선 석탄과 천연가스, 수력을 합친 것보다 에너지원으로서 비중이 높아졌고,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의 농촌 마을 윈데의 전경. 오른쪽 돔 지붕 2개가 바로 축산분뇨와 보리·옥수수 혼합물을 섞어 발전용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발효기다.   <한겨레> 자료사진
독일 니더작센주의 농촌 마을 윈데의 전경. 오른쪽 돔 지붕 2개가 바로 축산분뇨와 보리·옥수수 혼합물을 섞어 발전용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발효기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동안 고속성장을 구가했던 재생에너지 산업은 지난해부터 조정기에 접어든 상태다. 다른 화석에너지에 비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의 재생에너지 부문 철수나 사업 축소, 대표적 재생에너지 업체들의 파산과 매각 등이 잇따르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도 여전히 재생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낙관한다. “재생에너지에서 과잉 투자와 비효율의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어서 시장과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조조정의 몸살을 가장 심하게 앓고 있는 태양광 부문을 보면, 원가 절감에 앞장선 중국 기업들의 공세로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광전지 모듈 값은 1년 반 사이에 4분의 1로 내려갔고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세계 태양광 설비 용량은 지난 한해 29.7GW가 늘었는데, 이는 전년도에 늘어난 규모 16.8GW의 두 배에 가까운 폭발적인 성장이다. 이런 성장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풍력발전(*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김형진 소장은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키워 살아남은 기업들의 노력으로 재생에너지의 그리드패리티(재생에너지와 화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단계) 도달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재생에너지는 더욱 급속하게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화석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재생에너지만큼 성장성 높은 분야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각국의 투자 계획도 이런 전망에 부합한다.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기로 한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인도와 같이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개발도상국들도 에너지 안보 강화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투자를 크게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말 현재 62.3GW의 풍력발전용량을 갖춘 세계 최대 풍력발전국인 중국은 2015년까지 풍력발전용량을 100GW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인도는 2010년 말 현재 64㎿(메가와트)에 불과한 태양광발전 능력을 2022년까지 22GW로, 무려 350배로 늘릴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로 달려가는 길에는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들도 빠지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32년 소요 발전량 122.5GW의 37%인 45GW를 태양에너지와 지열 등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우선 2014년까지 6.6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최신판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전력 생산에서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비중이 2009년 3%에서 2035년 15%로 증가하면서 핵심 에너지로서 위상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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