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중앙연구소 부품개발팀의 이연수 선임연구원(왼쪽)과 홍우건 전임연구원이 지난 달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새로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베가R3’의 개발 뒷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팬택 스마트폰 ‘베가R3’ 개발한 이연수·홍우건 연구원
화면 키우면서 가로폭은 줄이려
부품사·공장 오가며 반년간 씨름
경쟁제품 대비 회로 크기 최소화
“터치판 휘어진 3D폰이 다음 목표”
화면 키우면서 가로폭은 줄이려
부품사·공장 오가며 반년간 씨름
경쟁제품 대비 회로 크기 최소화
“터치판 휘어진 3D폰이 다음 목표”
팬택 중앙연구소 부품개발팀의 이연수(38) 선임연구원이 스마트폰 액정표시장치(LCD)와 터치판을 각각 100개씩 담은 배낭을 메고 경기도 이천 집을 나선 것은 지난 8월1일이었다. 시외·시내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대전 판암동 비탈길에 자리잡은 엘시디 접착(합지) 전문 부품업체. 섭씨 38도를 웃도는 땡볕 더위에 온 몸이 흠뻑 젖었다.
“마침 휴가기간이라 회사 차량이 지원되지 않고, 부품업체에서 픽업(차로 태우러) 나올 사람도 없어서 버스를 타고 어렵게 찾아갔습니다.” 전략 스마트폰 ‘베가R3’ 양산에 앞서 시제품(샘플)을 만들고, 생산 설비 조건을 정확히 확인해보기 위한 방문이었다. 지난 2월부터 반년 남짓 부품업체와 김포공장을 오가며 밤샘 작업을 밥먹듯이 한 노력의 결실이 보여서였을까. 발걸음이 가벼웠다.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만난, 올해로 회사 생활 13년째를 맞은 이연수 연구원과 같은 팀 소속의 4년차 홍우건(32) 전임 연구원은 베가R3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화면은 키우면서 스마트폰의 전체 가로폭은 줄이는’ 작업을 꼽았다. “5인치 안팎의 화면에 익숙해진 스마트폰 이용자들 눈높이에 맞춰 화면을 키우면서 한손으로 이용하기에 무리는 없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했습니다”(홍 연구원). 결국 화면은 5.3인치로 키우되, 가로폭은 7.4㎝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큰 화면을 유지한 채 가로 폭을 최소화하는 것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공통된 숙제다. 베가R3 출시 다음 날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노트2’도 화면이 5.5인치로 커졌으나, 5.3인치였던 갤럭시노트에 견줘 가로폭은 0.1㎜ 줄었다. 애플도 ‘아이폰5’의 화면 크기를 기존 3.5인치에서 4인치로 키우면서 가로 폭은 그대로 유지했다.
팬택은 베젤(화면 테두리)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골랐다. 또 좁아진 테두리 안에 회로를 숨기려면 회로 크기도 줄여야 했다.
“경쟁업체 제품들은 60 바이 60(회로 하나의 굵기가 60㎛-회로 사이 간격 60㎛)이었는데, 우리는 30 바이 30으로 회로를 배치하는 데 성공했죠”(이 연구원). 1㎛(마이크로미터)는 0.001㎜다. 0.03㎜(30㎛)를 줄이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베가R3 옆 한쪽 3.9㎜ 베젤 속에는 최대 17가닥의 회로 선이 내장돼 있다.
지난 여름 이 연구원이 부품업체를 찾아 밤새워 설비 조건을 맞췄던 것도, 터치판과 액정표시장치를 정확히 붙여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접착면 구실을 하는 베젤이 좁아지니 접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때 필요한 게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베젤 부분만 접착시키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 투명광학접착제(OCA)를 이용해 두 판 전체를 접착시켰습니다”(홍 연구원). 액정표시장치와 터치판 전체가 접합되면서 중간 공기층이 사라져 화면도 더욱 선명해졌다.
반년 넘게 베젤 0.1㎜ 더 줄이는데 씨름해온 이들의 관심은 이미 ‘다음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다. “미래에는 터치 및 화면상 기능이 더 많아지고, 부품 중에서도 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더 커질 겁니다. 베젤을 더 줄여 베가R3과 같은 크기로 5.5~5.6인치 화면도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바가지처럼 휘어진 3차원(3D) 디스플레이도 업계에서는 이미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폰은 휘어져 있지만 화면은 평평하게 보이도록 해야 하고, 터치판도 휘어지는 재질로 바꿔야 한다. 이 연구원은 “평평한 스마트폰만 나와있는 시장에서 화려하고 휘어진 3차원(D) 폰이 나온다면 대박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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