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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회피 연아’ 동영상 게시자 2심서 승소
경찰에 회원정보 건네온 포털 관행 ‘제동’

등록 2012-10-18 20:32수정 2012-10-19 08:58

지난 3월2일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김연아 선수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맞이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가 유인촌 장관의 포옹을 피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되면서, 이 동영상은 ‘회피 연아’라는 제목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3월2일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김연아 선수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맞이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가 유인촌 장관의 포옹을 피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되면서, 이 동영상은 ‘회피 연아’라는 제목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법원, 네이버에 50만원 배상 판결
“개인정보 제공 세부기준 마련을”
검찰·경찰 등이 요구하면 이름과 연락처 등 가입자 개인정보를 무조건 넘겨주던 인터넷 포털들의 관행에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김상준)는 18일 개인정보를 자신의 동의 없이 경찰에 넘긴 네이버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을 상대로 차아무개(32)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엔에이치엔은 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인정보 제공 행위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고 피고로서도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네이버가 가입자 개인정보를 넘긴 근거가 된 옛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현 83조 3항)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수사협조 의무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어서 전기통신사업자가 따라야 할 어떠한 의무도 없다”며, 다만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여부 및 어느 범위까지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한 세부적 기준을 마련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충분한 조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차씨는 2010년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의 어깨를 두드리자 김 선수가 이를 피하는 장면을 편집한 ‘회피 연아’ 동영상 사진을, 인터넷에서 퍼와 자신이 가입한 카페에 올렸다가 유 전 장관으로부터 고소당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한겨레> 10월9일치 10면) 당시 엔에이치엔은 경찰의 요구에 따라 차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집주소, 이름, 전화번호 등을 넘겼다. 이에 차씨는 엔에이치엔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 재판장 이은애)는 “피고는 법령과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인적사항을 제공한 것”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 8월23일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한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헌재는 당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 통신자료를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지 어떠한 의무도 부과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판결과 관련해 엔에이치엔은 “실제 수사기관의 요청에 대해 사업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통신자료 제공이 엄격한 기준하에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빠른 시일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헌재 각하 결정이 통신자료 제공 여부에 대한 기업의 재량을 인정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개인정보 제공 기준안을 논의중”이라며 “이번 판결과 함께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현행법을 준수하면서도 이용자 권리를 보장하는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원고 변호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따라 통신사업자는 경찰 요청이라는 명분하에 가입자 개인정보를 맘대로 제공할 수는 없게 됐다”며 “사업자들은 앞으로 개인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 등 통신사업자들은 지난해 하루 평균 1만6000개의 가입자 전화번호를 검찰과 경찰 등에 제공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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