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한국방송 제공
‘국가경영론’까지 주장하는 ‘삼성빠’들에 대한 반론
좋든 싫든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삼성공화국’은 화두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옛 안기부 불법도청테이프(엑스파일)는 삼성그룹이 97년 대선 당시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을 심부름꾼 삼아 정치권과 검찰에 광범위하게 불법자금을 뿌린 사실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들춰낸다. 엑스파일에서 삼성은 정·경·검·언 유착의 핵심고리다.
참여연대가 지난 3일 삼성 관료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분석해 발표한 ‘삼성보고서 ①’는 삼성공화국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참여연대는 삼성보고서(www.samsungreport.org)에서 “삼성 관료인맥의 82%가 기업의 위법행위를 감시 감독하는 검찰 등 사정기구와 금융감독기관 출신이었다”며 “삼성이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을 넘어서 그것을 아예 장악하려 하고 있고, ‘삼성공화국’의 힘은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발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눈부신 삼성의 성공 신화 뒷면에 가려진 불법과 독점의 어두운 모습이 하나둘씩 드러났고, ‘삼성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은 공공연히 퍼졌다. 참여연대의 비판을 빌리면 ‘삼성공화국’이라는 규정에는 삼성그룹이 경기규칙(rule of game)에 순응하는 선수(player)의 차원을 넘어 경기규칙 자체를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왜곡하는, 즉 환경을 지배하는 권력자로 부상한 현실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그러나, 시중에 떠도는 삼성공화국 담론에는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세상을 중심으로 삼성의 성공신화를 옹호하고, 삼성 때리기를 좌파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열혈 ‘삼성빠’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빠들을 삼성의 ‘알바’나 가족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고, 주장은 다양하다.
“삼성 때려잡기는 좌파적 발상…사돈이 땅사면 배 아픈 나라”
삼성빠들의 출현은 “사돈이 땅을 사면 배 아픈 질투심”이라는 정서적 공감대에 기초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이 무너지면 나라 경제가 망한다”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차라리 국가 경영을 삼성에게 맡겨야 한다”는 도발적이고 위험한 주장도 서슴치 않는다.
<미디어다음>에서 누리꾼 ‘firelogos’는 “언론, 정부, 시민단체가 합쳐서 삼성잡기에 혈안”이라며 “정부 안에 있는 공산주의적 발상을 가진 평등주의자들이 이 나라 경제를 말아먹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hoekang11’은 “지금까지 삼성은 애국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공격을 받아왔다”며 “친구가 땅 사면 배 아픈 한국사람들의 못된 버릇이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한 우량성장기업을 한 순간에 매도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은 “기업으로서 삼성은 할 일도 잘 하고, 기부도 많이 하고… 삼성이 없으면 우리나라 망한다”며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대한민국”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들은 잘 나가는 삼성을 비판하고 때리는 것이 열등감에서 나온 ‘찌질이’ 근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차라리 삼성에 국가 경영 맡겨라”
‘삼성옹호론’은 경쟁력을 위한 인재 흡수는 당연한 것이고, 삼성인재들이 관료와 정치집단보다 뛰어나니 차라리 삼성에게 국가경영을 맡기라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금도끼’는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직능에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수십만 삼성인 중 관료출신, 법조계, 학계 인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런 것을 문제삼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 비판했다.
‘하하’는 “삼성이 타격을 입으면 당신의 배고픔이 해결되는가”라며 “삼성이 이런 루머에 휩싸이면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누가 채울 것이며, 세계에서 5개 기업밖에 이루지 못한 순이익 10조원은 어디서 벌어올 수 있느냐”고 따졌다. ‘투덜이’는 “이건희가 왕이 되면 왜 안 되느냐”며 “시장 원리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고, 지금 있는 정치인들이나 관료들 전부 모아도 삼성 인재들보다 못하니 차라리 삼성이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삼성 2013년 대한민국 인수’ 가상시나리오도 등장
‘삼성의 국가 경영론’은 “2013년 삼성이 대한민국 정부를 인수할 것”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로 완성된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누리꾼 ‘jeju1950’는 ‘삼성공화국(Republic of SAMSUNG), 대한민국정부 인수하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올려놓았다. 물론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나 가상 시나리오에는 누구도 견제하지 못하는 삼성공화국에 대한 깊은 우려가 베어 있다.
“2013년 8월15일, 삼성(SAMSUNG)은 대한민국 정부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인수 가격이 얼마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 인수는 사실상 우리 회사 발전 계획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중략) 한국은 삼성이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하는 한 사업부로서 경영될 예정이다. (중략) 삼성 대변인은 ‘이건희 회장은 늦어도 2015년 4/4분기까지는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중략) 삼성쪽 대표들은 이제 곧 대한민국 정부의 세금은 인하되는 반면 서비스는 증대될 것이며, 모든 삼성 제품에 대해 할인혜택을 받게 될 것임을 믿어도 좋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삼성빠들 출현은 삼성공화국 위험성의 반영“
“탄압받는 삼성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저항의 확산” 삼성빠들의 주장은 경제를 살리려면 삼성의 불법적인 행위까지도 용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어서 초법적인 발상이다. 더욱이 국가권력을 삼성에게 내줘야 한다는 주장은 대의 민주주의를 통째로 부정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이런 삼성빠들의 출연과 주장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오랫동안 삼성 재벌의 문제를 연구했던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과)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전반의 여론 흐름까지 장악한 삼성이 반성은커녕 자신들이 탄압받고 있다는 이데올로기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고 삼성빠 현상을 분석한다. 김 교수는 “자신들의 사회적 공헌도를 과대포장하고 ‘잘 하는 삼성을 왜 죽이려 하느냐’는 식의 여론을 만들어 옹호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삼성의 직원이나 알바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에 자연스럽게 삼성빠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삼성 기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역할을 부정하지 않으나 엑스파일이나 삼성보고서를 통해 총수와 가신들의 불법행위와 비도덕적인 관행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삼성이 더 잘되고 국민경제가 좀 더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적인 삼성 옹호론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최한수 경제개혁팀장은 “삼성의 불법행위까지 덮어줘야 한다는 옹호론은 삼성공화국의 비대함과 위험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학계나 경제신문 등이 삼성신화와 이데올로기를 암암리에 유포시킨 결과”라고 지적했다. 삼성이 구멍가게도 아닌데 하루 아침에 망하나?
총수와 가신들의 불법행위 심판하자는 것이 삼성개혁 전문가들은 삼성옹호론의 기초가 되는 ‘삼성이 망하면 국가 경제가 망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삼성의 개혁은 총수와 주변 가신들의 불법을 심판해 보다 건전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자는 것으로, 삼성해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IMF 사태나 대우 사태를 겪으면서 경험했듯 재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망쳤다”며 “그런 주장은 오히려 삼성이 지나친 독점으로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재벌개혁은 재벌총수와 재벌기업의 분별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둘이 하나라고 혼동하면서 생기는 인식의 오류에서 삼성이 망한다는 위기론이 확산되는 것”이라며 “지금 삼성을 비판하는 것은 삼성이라는 조직 자체가 아니라 총수와 그 가신들이 행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벌총수와 가신들을 처벌하면) 혹시 삼성이 조금 흔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삼성은 구멍가게가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기업이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더구나 삼성은 ‘조직이 움직인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다른 재벌에 비해 경영위계제가 상대적으로 발달해 있다”고 삼성 위기론을 일축했다. 삼성의 국가경영론은 민주주의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 김 교수는 삼성의 국가경영론과 관련해 “말도 안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삼성 공화국 논란의 본질은 견제받지 않는 경제권력이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도 사실상 삼성이 독주하며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삼성에 정치까지 맡기자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자는 것이다. 군사독재에 뭉쳐 싸웠던 것처럼 삼성과 싸우는 것을 제2의 민주화 운동으로 인식해야 한다” 최 팀장은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할 국가권력을 기업에 넘겨 오직 경제적 효율성에만 맡겨놓겠다는 것”이라며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를 해체하자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최 팀장은 “오늘 당장 삼성이라는 기업 하나를 지켜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일 삼성과 같은 10개의 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룰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삼성개혁운동의 본질”이라며 “삼성을 개혁하지 못하면 국민 경제는 물론 나라의 민주주의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안기부 도청 테이프 사건을 계기로 삼성이 지난 1997년 기아차 인수를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 역할을 한 기아차 사태에 삼성의 과욕이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삼성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빠들 출현은 삼성공화국 위험성의 반영“
“탄압받는 삼성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저항의 확산” 삼성빠들의 주장은 경제를 살리려면 삼성의 불법적인 행위까지도 용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어서 초법적인 발상이다. 더욱이 국가권력을 삼성에게 내줘야 한다는 주장은 대의 민주주의를 통째로 부정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이런 삼성빠들의 출연과 주장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오랫동안 삼성 재벌의 문제를 연구했던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과)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전반의 여론 흐름까지 장악한 삼성이 반성은커녕 자신들이 탄압받고 있다는 이데올로기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고 삼성빠 현상을 분석한다. 김 교수는 “자신들의 사회적 공헌도를 과대포장하고 ‘잘 하는 삼성을 왜 죽이려 하느냐’는 식의 여론을 만들어 옹호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삼성의 직원이나 알바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에 자연스럽게 삼성빠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삼성 기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역할을 부정하지 않으나 엑스파일이나 삼성보고서를 통해 총수와 가신들의 불법행위와 비도덕적인 관행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삼성이 더 잘되고 국민경제가 좀 더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적인 삼성 옹호론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최한수 경제개혁팀장은 “삼성의 불법행위까지 덮어줘야 한다는 옹호론은 삼성공화국의 비대함과 위험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학계나 경제신문 등이 삼성신화와 이데올로기를 암암리에 유포시킨 결과”라고 지적했다. 삼성이 구멍가게도 아닌데 하루 아침에 망하나?
총수와 가신들의 불법행위 심판하자는 것이 삼성개혁 전문가들은 삼성옹호론의 기초가 되는 ‘삼성이 망하면 국가 경제가 망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삼성의 개혁은 총수와 주변 가신들의 불법을 심판해 보다 건전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자는 것으로, 삼성해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IMF 사태나 대우 사태를 겪으면서 경험했듯 재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망쳤다”며 “그런 주장은 오히려 삼성이 지나친 독점으로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재벌개혁은 재벌총수와 재벌기업의 분별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둘이 하나라고 혼동하면서 생기는 인식의 오류에서 삼성이 망한다는 위기론이 확산되는 것”이라며 “지금 삼성을 비판하는 것은 삼성이라는 조직 자체가 아니라 총수와 그 가신들이 행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벌총수와 가신들을 처벌하면) 혹시 삼성이 조금 흔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삼성은 구멍가게가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기업이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더구나 삼성은 ‘조직이 움직인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다른 재벌에 비해 경영위계제가 상대적으로 발달해 있다”고 삼성 위기론을 일축했다. 삼성의 국가경영론은 민주주의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 김 교수는 삼성의 국가경영론과 관련해 “말도 안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삼성 공화국 논란의 본질은 견제받지 않는 경제권력이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도 사실상 삼성이 독주하며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삼성에 정치까지 맡기자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자는 것이다. 군사독재에 뭉쳐 싸웠던 것처럼 삼성과 싸우는 것을 제2의 민주화 운동으로 인식해야 한다” 최 팀장은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할 국가권력을 기업에 넘겨 오직 경제적 효율성에만 맡겨놓겠다는 것”이라며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를 해체하자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최 팀장은 “오늘 당장 삼성이라는 기업 하나를 지켜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일 삼성과 같은 10개의 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룰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삼성개혁운동의 본질”이라며 “삼성을 개혁하지 못하면 국민 경제는 물론 나라의 민주주의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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