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야후, 10여년 만에 한국 철수
2000년 순방문자수 ‘1위’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
미국선 구글때문에 ‘고전’
2000년 순방문자수 ‘1위’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
미국선 구글때문에 ‘고전’
“최근 2년 동안 사실상 ‘코마’ 상태에 빠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야후가 사라진다니….”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인터넷포털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야후’의 한국시장 철수 선언을 접한 업계 한 관계자가 내놓은 말이다. 야후의 퇴장은 글로벌 업체라도 ‘한국화’에 실패할 경우엔 살아남기 어려운 국내시장 풍토를 보여준다. 흥망성쇠 주기가 짧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업들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 한때 최고의 포털, 1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지난 19일 올해 연말까지 한국 지사를 없애고 국내 공식사이트(www.yahoo.co.kr)도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야후는 한때 국내 포털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던 업체였다. 1997년부터 국내에서 검색, 전자우편, 뉴스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시작하며 대표적인 인터넷포털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전문 시장조사기관 코리안클릭 자료를 보면, 야후코리아는 국내 웹사이트를 기준으로 2000년 9월 순방문자 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야후코리아는 이후 순위가 점차 떨어지더니 지난 9월에는 10여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야후의 빈 공간을 채운 것은 국내 토종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이다. 이들 두 업체는 2000년 이후 1, 2위로 자리매김하며 현재 포털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생활 정보와 뉴스 등이 밀집돼 있고, 지식인 서비스와 카페, 블로그, 게임 등 변화하는 이용자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한 네이버·다음과 달리 야후는 현지화 전략에 있어 실패했다. 한때 굴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였던 모토롤라와 노키아 등이 국내에서 사라지다시피 했고, 스마트폰 초창기 아시아권 강자로 군림했던 에이치티시(HTC)가 지난 7월 국내 사무소를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국내화에 실패한 뒤 철수했다는 점에서는, 글로벌 유통업체 월마트와 까르푸 등과도 유사하다.
■ 본사도 위기감…구글 출신 영입하며 몸부림 한국뿐 아니라 야후 미국 본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변화에 민감한 정보통신기술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인터넷 조사기관 ‘스탯카운터’ 집계를 보면, 10월 현재 미국 검색 엔진 사이트 점유율에서 야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에 2%포인트가량 뒤진 8.18%로 3위다. 1위는 80%가량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 구글이다.
2000년께 1000억달러를 넘나들던 야후의 시가총액은 2006년까지만 해도 500억~600억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현재는 200억달러 미만이다. 2008년 475억달러(주당 33달러)에 인수하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을 뿌리치며 독자 생존을 고집했던 야후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제리 양도 올해 초 회사를 떠났다. 제리 양이 회사를 떠나기 직전 ‘야후호’의 선장으로 부임했던 이베이의 자회사 페이팔 출신 스콧 톰슨 최고경영자는 학력 위조 논란 끝에 넉달 만에 낙마했다.
위기의 야후는 지난 7월 구글의 현직 부사장을 새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구글의 초창기 멤버로 검색에 이어 지역기반 서비스를 담당하던 머리사 앤 메이어는 취임과 함께 내부소통 강화 등 구글 문화 이식에 나섰다. 야후의 플랫폼을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할 계획을 밝히고, 최근에는 검색을 강조하고 더 깔끔하게 정리한 새로운 누리집(홈페이지)을 선보이기도 했다. 앞서 중국 자회사 알리바바의 지분 20% 판매대금(76억달러·약 8조4000억원) 상당 부분을 주주배당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회사 투자재원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해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이미 공룡으로 자리 잡은 구글을 밀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에서는 야후재팬이 포털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선식 이순혁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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