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사무실안에 둥지 튼
‘틈새’ 대부업체 단속현장
구청에 등록된 업체였지만
채무자의 자필 기재도 없어
양성화 후에도 불법 횡행
피해신고는 4년간 10배 늘어
‘틈새’ 대부업체 단속현장
구청에 등록된 업체였지만
채무자의 자필 기재도 없어
양성화 후에도 불법 횡행
피해신고는 4년간 10배 늘어
“사장님, 이거 이자율 직접 계산하셨어요? 이 계약서대로 하면 47.9% 나와요. 법 위반인 거 아시죠?” “네? 여기 표에는 (이자율이) 이렇게 돼 있는데….” “어디서 얻으신 건지 모르겠는데, 잘못된 표예요. (채무자가) 직접 써야 하는 내용도 사장님이 다 쓰셨구먼. 근데 대부업등록증은 왜 안 걸어놓으셨어요?” “…….”
지난달 24일 오후, 대부업 점검에 나선 서울시-금융감독원-경찰 합동단속반이 서울 강북의 한 법무사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어디에도 대부업체라는 표시가 없지만, 이곳은 대부업체 ㄱ사장이 구청에 등록한 대부업 영업장이다. 그는 법무사 사무실 한편에 책상을 놓고, 법무사를 통해 파산·개인회생을 신청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비용(100만~150만원)을 빌려준다. 대부업자가 돈을 법무사에게 바로 송금하면, 신청자가 6개월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대부업체에 갚는 방식이다. 파산 비용조차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틈새시장’이라고 한홍규 금감원 팀장은 설명했다.
이날 합동점검 결과, 이 업체는 대부업법상 이자율(연 39% 상한) 위반과 대부계약 자필 기재 위반, 대부업등록증 게시 위반 등이 무더기로 적발돼, 관할 경찰서에 수사의뢰 조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 담당자 혼자 상시점검에 나설 땐 (구청 직원이) 대부업자에게 구타당하기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대부업 이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부업체는 금융감독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서민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자, 사채업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며 2002년 대부업법을 제정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도록 해 제도권 관리 아래 두겠다는 취지였지만, 소홀한 관리·감독 탓에 불법 업체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제도권에 들어선 업체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영업을 하고 있다. 또 대부업자 자격 기준을 따로 두지 않아, 현행법으로는 신용불량자도, 자기 돈이 한푼도 없는 사람도 아무나 대부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기 돈이 없더라도 연 10% 정도로 돈을 빌려 대출해주면, 대손비용을 감안해도 연 20% 안팎의 이자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직장인·자영업자·주부 등이 일종의 부업처럼 쉽게 대부업 영업에 나선다”고 말했다.
고금리를 보장해주며 양성화를 추진했지만, 서민들의 피해가 줄었다는 근거도 찾기 어렵다. 대부업체 이용 피해자는 오히려 급증하는 추세다. 금감원의 불법사금융피해상담센터에 접수된 신고(제도 상담 제외)는 2007년 말 1774건에서 2011년 말 1만866건으로 6배 늘었다. 재무상담 사회적기업인 에듀머니의 제윤경 대표는 “현재 대부업은 간단한 등록만으로 사업을 할 수 있어 시장이 계속 팽창하고, 이에 따른 강압적 채권추심 등 사회적 부작용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감독과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함께 이뤄져야 서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혜정 송경화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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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금융감독원 대부업 합동단속반이 서울 시내 한 대부업체의 채무계약서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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