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상률 최근 두달새 5.52%로 뛰어
한은·금감원 외국환은행 상대로
투기거래·금융시장 위협여부 조사
한은·금감원 외국환은행 상대로
투기거래·금융시장 위협여부 조사
금융당국이 최근 외환시장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주요 은행을 상대로 외환관련 특별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30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한 공동검사에 들어가기로 하고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검사이며 어떤 기류가 있는지 점검해보고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검사의 계기는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규모가 최근 급증한 데 있다. 선물환 포지션은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의 비율을 뜻하는데, 현행 규정상 국내 은행은 40%,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200%가 한도이다. 은행이 선물환 포지션을 늘리면 환 헤지를 위해 그만큼 시장에 현물 달러를 팔아야 한다. 이는 곧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9월 말 현재 국내 외국환은행의 선물한 매수 잔액은 440억달러로 지난해 말에 견줘 41.9%(130억달러)나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선물환 거래에서 정상적인 무역금융의 일환이 아니라 환율 등락의 차익을 노린 투기적 목적이 없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은행의 외화구조화예금도 점검 대상이다. 외화구조화예금이란, 은행이 빌린 달러를 기업이나 기관투자가가 통화스와프 거래로 원화와 바꿔 은행에 외화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새로운 파생금융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11억달러였던 외화구조화예금의 잔고가 9월 말 현재 18억달러로 증가하면서 은행권의 단기 외화차입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역시 실수요와 상관없는 거래여서 환율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과 금감원의 특별점검 결과에 따라 정부는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와 같은 외환건전성 강화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또 이런 조처가 환율 하락 억제에 도움이 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특별점검에 대한 시장의 과민반응을 경계한다. 유상대 한은 국제국장은 “특별한 이상징후가 포착돼 점검에 나서는 게 아니다”며 “일상적으로 점검하는 내용을 좀더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외환 특별점검 소식에도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3원 내린 1091.5원에 마감해 또다시 연중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에 아직 여유가 많아 금융당국의 특별점검이 원화 강세 추이를 돌려놓을 만큼 강한 신호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도 지금의 환율 수준이 아직 적정선을 벗어났다고 보진 않는다.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는데다 9월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쟁적인 통화증발 등을 고려하면 최근의 환율 하락(원화 절상)은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속도이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만 해도 원화는 1%대의 완만한 절상 속도를 유지하다가 9월부터 빠르게 가속도가 붙어 30일 현재까지 지난해 말 대비 절상률이 5.52%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이런 가파른 원화 절상 과정에 투기적 외환거래가 없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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