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연 39% 상한’ 규정 악용
업체들, 고객평가 없이 일률 적용
문재인·안철수, 25%로 인하 약속
난립한 대부업체 수 줄일 필요도
업체들, 고객평가 없이 일률 적용
문재인·안철수, 25%로 인하 약속
난립한 대부업체 수 줄일 필요도
주요 대선후보들이 가계부채 부실화 및 서민금융 대책으로 현행 대부업법(연 39%)과 이자제한법(연 30%)의 최고금리 인하를 앞다퉈 약속하고 있다. 정부가 과도한 고금리를 보장한 탓에, 대부업체가 난립하고 서민들이 과중한 이자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 20%, 25%…금리인하 앞다퉈 약속 안철수 후보(무소속)는 지난 4일 발표한 ‘금융산업 및 금융감독 개혁정책’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연 25%의 이자율 상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 역시 각각 25%, 20%로 최고금리를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부업법의 최고이자율은 등록 대부업체와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모든 금융기관에 적용되고, 이자제한법은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간의 거래에 적용된다. 대부업 ‘양성화’를 유인하기 위해, 대부업법 최고금리가 이자제한법보다 높게 책정돼있다.
문제는 최고금리가 이용자의 신용·소득에 관계없이 ‘단일금리’로 적용돼, 이들 업체의 고금리 수입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국내 19개 대형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8.5%로 조사됐다. 또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 여신전문회사 역시 대부업법 상 최고금리를 일상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글로벌금융학부)는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 자금 조달금리는 15% 안팎인데, 대손율을 감안해도 현재 법정금리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이용자들에 대한 세부평가 없이 일률적으로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점도 서민들의 금리부담을 무겁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각 대선후보들은 대부업-이자제한법의 최고금리를 일원화하고 낮추는 방안을 약속하고 있다.
■ “불법 고리대,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금융당국은 “사채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일단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금리를 낮출 경우, 상당수 대부업체들이 지하로 숨어들어가 불법 업체에 의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이른바 ‘풍선효과론’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대부업 시장만 커졌을 뿐 불법 피해가 줄었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며 비판한다. 이헌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불법 업체 단속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양성화 유인책을 통해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환상”이라며 “불법 고리대와 불법 채권추심 등은 인권침해 사범으로 강력히 단속하면서 금리인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자본금 기준 도입·자격심사 강화 등 진입장벽을 높여 영세업체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민환 교수는 “난립해있는 업체 숫자를 줄여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채무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은 사회안전망으로 흡수해 이용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 역시 마냥 손을 놓고있지만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적정 금리에 대한 정답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금리부담 완화와 금융접근성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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