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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모피아 통제’ 빠진 금융민주화 논의

등록 2012-11-08 20:36수정 2012-11-08 22:45

조직과 기능 분리·통합 등
‘조직 리모델링’에만 관심
금융당국은 이마저도 어깃장
감독 실패·소비자 분노 돌아보고
금융관료 통제·국민의사 반영해야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기존 조직·기능의 분리·통합과 같은 문제에만 매몰돼 정작 중요한 ‘금융 민주화’ 논의는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정책 및 감독 기능은 국민의 재산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관료의 영향력을 통제하고 금융소비자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에도 논의의 무게중심이 실려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관료와 대형 은행으로의 권력 집중, 금융계의 회전문 인사, 중앙집권적 은행에 의해 파괴된 지역금융 생태계, 금융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시민참여 배제 등 개선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현재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편 논의의 뼈대는 대체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소비자 보호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종의 ‘조직 리모델링’이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당국의 정책 및 감독 실패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배경이 됐다.

각 대선 후보 진영의 공약도 이런 쪽에 맞춰져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의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저축은행에 대한 정책적 고려로 감독 기능이 왜곡돼 왔고 건전성 감독에 치중해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는 등 금융감독당국이 제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한 데 대한 국민적 분노와 반발이 체계 개편 논의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도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고 소비자 보호기구를 강화하는 건 금융소비자인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이런 방향을 담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식의 논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기존 조직 편제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 사실상 금융관료(모피아)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는 금융정책 결정 과정 전반을 바꾸는 논의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관료들의 영향력을 통제하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져야 금융회사에 편향된 감독정책을 바꾸고 올바른 금융정책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위 직원들이 ‘위원장’을 ‘장관’으로 부르는 데서 상징적으로 드러나듯 금융위가 합의제 기관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위원들도 사실상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는 물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관료 몫을 줄이고 위원들의 임명 과정에서 국회, 특히 야당의 추천권이 보장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관치금융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도 제안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등 금융 민주화 논의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도 시급하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거대 금융기관을 통제하기 위해선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국은 개편 논의에 대해 ‘자기 조직 지키기’에 몰두하며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소비자 보호기구를 현재 금감원에서 분리할 경우 향후 5년간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해 국민 부담이 늘고 중복규제나 감독 사각지대 발생 등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날 권혁세 금감원장이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역시 지난 6일과 7일 관련 토론회에 잇따라 참석해 “현재 금융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후보 쪽 전성인 교수는 “증권사들의 국민채권금리 담합을 밝혀낸 건 감사원과 공정위원회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현 체제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바람직한 방향 모색보다는 조직이기주의 관점으로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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