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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잠재 고객·난청 청소년들에게 ‘아름다운 소리’ 선물

등록 2012-11-28 13:46

지난 17일 오후 4시 서울 목동 케이티(KT) 사옥 1층 체임버홀에서 국내 유명 현악4중주단 ‘콰르텟21’이 베토벤의 주요 곡들을 연주하고 있다. 이날 객석 420석은 꽉찼다.
지난 17일 오후 4시 서울 목동 케이티(KT) 사옥 1층 체임버홀에서 국내 유명 현악4중주단 ‘콰르텟21’이 베토벤의 주요 곡들을 연주하고 있다. 이날 객석 420석은 꽉찼다.
KT, 매달 격주 토요일 클래식공연
입장료 1만원…420석 대부분 매진
모든 수익금은 보청기 구입 지원
지난 17일 오후 3시30분 서울 목동 클래식 공연장 ‘체임버홀’.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현장에서 급히 표를 구하려던 사람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4시 공연시간이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입장했다. 이들은 단돈 만원짜리 입장권을 들고 있었다. 이곳 공연은 만원이다. 클래식 공연 입장료가 최소 10만원을 넘는 데 견줘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객석 420석이 꽉 찬 공연장에선 국내 대표 현악4중주단 ‘콰르텟21’이 베토벤의 대표곡들을 연주하고, 바리톤 정록기가 슈베르트의 ‘백조의 호수’를 들려줬다.

체임버홀은 클래식 공연을 값싸게 볼 수 있어서 매번 거의 매진 사태가 벌어진다. 마진 케이티 매니저는 “같은 연주자들이 나오는 다른 공연보다 훨씬 싸서 거의 항상 매진이다. 오늘도 인터넷에서 표가 거의 다 팔렸고, 현장 판매분도 금세 동났다”고 말했다. 이곳은 2009년 5월 개관 이래 2만여명의 관객들이 찾았다. 체임버홀에서는 매달 첫째·셋째 주 토요일에 오케스트라, 합창, 실내악, 독주회 등 ‘케이티와 함께하는 토요일 오후의 실내악’이 열린다.

체임버홀은 서울 서부지역에서 유일한 클래식 공연장이다. 국내 대표 통신업체인 케이티가 목동 사옥 1층에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한해 공연 비용으로 케이티가 들이는 돈은 7억원가량이다. 1층 공간을 임대해 수익을 늘려도 모자라는 불황기에 클래식 공연장을 사옥에 마련해 ‘문화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을 현금화해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한다는 케이티의 경영전략에서, 요지 사옥 1층을 문화 공연장으로 내주는 문화나눔 사업만큼은 예외인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케이티가 운영하는 공연장은 체임버홀뿐만 아니다. 케이티는 2010년 5월 서울 광화문 사옥 1층에 리모델링 비용 89억원을 들여 955평짜리 문화공간 ‘올레스퀘어’를 마련했다. 그 안에 471평짜리 공연장인 ‘드림홀’을 열었다. 로비에는 스마트폰·태블릿피시 등을 써볼 수 있는 아이티(IT) 체험관과 카페 등을 두고 있다. 드림홀 공연관리 비용은 한해 10억원가량 든다. 올레스퀘어 공간을 다른 업체에 임대할 경우, 한해 12억원가량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케이티는 이를 포기했다. 드림홀에서는 매주 목~토요일 저녁에 케이티가 초청한 밴드들이 공연하는 재즈 콘서트 등이 열린다. 이곳 입장료는 단돈 1000원이다.

그나마 체임버홀과 올레스퀘어 드림홀 등의 공연 입장료 수익도 모두 난청 청소년을 위한 보청기 구입 등에 쓰고 있다. 케이티가 음악 공연을 열고 입장료 수익으로 난청 청소년을 지원하는 것은 통신사로서의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전파로 음성을 전달하는 사업자로서, ‘소리’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는 데 기여하겠단 취지다. 2003년부터 케이티는 ‘소리찾기’라는 이름으로 난청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이런 문화나눔 활동엔 장기 고객들을 확보하려는 마케팅 전략도 녹아 있다.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올레스퀘어 아이티 체험공간에서 스마트폰 등을 만져보게 해, 기업과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체임버홀 클래식 공연 실황을 인터넷텔레비전(IPTV) ‘올레티브이’에 올려 적지 않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가입자로 유치하기도 한다. 이런 ‘콘텐츠 유통’은 최근 케이티가 중요하게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지역사회 문화활동의 저변을 넓혀,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매달 정기적인 요금을 받아 수익을 내는 통신사에 이미지 제고 등을 통해 장기 고객을 유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기업들이 불황을 이유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요즘에도 케이티의 문화나눔 활동은 외연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케이티는 올해부터 전국 21개 지사에서 케이티 ‘꿈품센터 문화예술교육 아이 드림’을 열어, 초등학교 4~6학년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교육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아이티 기기와 콘텐츠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을 해오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아르떼)과 손잡고 지난 4월부터 매주 아이들에게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케이티는 이런 문화나눔 사업을 전체 재무 실적과 관계없이 유지하는 것을 회사 방침으로 삼고 있다. 이정우 케이티 사회공헌팀장은 “기업의 영업이나 재무 성과에 따라 사회공헌활동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 사회공헌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특히 음악공연 사업은 콘텐츠 유통과 통신사 정체성에 걸맞은 분야인 만큼 의지를 갖고 꾸준하게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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