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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시각장애인들 ‘웹접근성’ 차별 첫 손배소

등록 2012-11-29 16:27

서울도시철도공사·대한항공·한전병원 등 4곳 상대로
시각장애인들이 해당기관의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는 데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나섰다. 지난 2008년 4월11일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의무로 정한 ‘웹접근성’ 미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보통 엑스비전테크놀로지의 ‘센스리더’ 등의 컴퓨터 음성변환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인터넷을 이용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웹 브라우저에 나타난 문자, 동영상, 이미지, 표, 링크 등을 음성을 통해 설명해준다. 그러려면 업체에서 이에 맞춰 웹사이트를 제작해야 하는데, 이번 소송대상 업체들은 이와 관련한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아무개(52)씨 등 시각장애인 10명은 웹사이트 이용시 차별받았다는 이유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대한항공, 한전병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등 교통·의료·복지 기관 4곳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 등 4개 법원에 한명당 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30일 제기할 계획이다.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번 소송 설명회에 참가한 원고담당 김남희 변호사는 “4개 업체에 대해 내일 일괄적으로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해 본인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웹사이트는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을 구동했을 때 이미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대체텍스트를 제공하지 않고, 키보드로 이용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동영상 재생·정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소장에서 지적됐다. 김남희 변호사는 “대한항공의 경우 가이드라인 준수율이 37.7%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관들도 30~40% 수준이다. 이미지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거나 표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등 위반사항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에서는 장애인이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접근할 때 차별해선 안되고, 이같은 차별행위를 해서 피해를 입힌 사람이나 기관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한다고 정하고 있다.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않는 경우 뿐만 아니라,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 손해를 끼친 경우도 차별행위에 포함한다. 업체들은 이같은 법적 책임을 피하려면,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웹사이트에서 이같은 차별행위를 피하기 위한 기준은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이 2009년 3월 마련한 ‘웹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국가표준 기술 가이드라인’에서 안내하고 있다. 이 지침에선 ‘이미지의 의미와 목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체 텍스트를 제공할 것’, ‘새 창이 열릴 때 알릴 것’, ‘모든 기능을 (마우스가 아닌) 키보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 ‘표에 관한 정보를 제목과 내용을 구분해 충분히 제공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2011 장애인실태조사’에서 국내 장애인 수를 261만여명, 시각장애인 수를 24만여명으로 추정했다. 시각장애인은 시력장애와 시야결손장애 등 다양한 종류의 장애를 겪고 있다. 전체 장애인중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비중은 69%로 나타났다.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필요성이 없어서’(55.7%), ‘복잡하고 어려워서’(22.7%) 순이었다. ‘웹접근성’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법적 책임은 현재 국가·지자체·교통·의료 등에서 분야와 기관을 한정해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4월11일부터는 모든 민간 기업들도 이같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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