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식은, 삼성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애초 기념식 없이 넘어가겠다던 삼성그룹은 계획을 바꿔 “내부 행사로 조용히” 축하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떠들썩하게 하자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등 반재벌 여론이 신경 쓰이고, 그냥 넘기기에는 ‘이 회장의 삼성 25년’의 의미가 너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이 취임한 이래 25년간 삼성의 외적 성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이건희 회장이 12월1일 그룹을 승계한 뒤로, 10조원에 못 미치던 매출은 올해 383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자산은 8조원에서 435조원으로 50배 넘게 늘어났고, 현대그룹 등에 밀리던 재계 순위도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섰다. 10만여명 수준이던 직원도 국내외를 통틀어 42만명에 이르게 됐다. 무엇보다 올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세계 9위로 올라선 것은 삼성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브랜드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의 집계를 보면, 삼성의 올해 브랜드가치는 329억달러(약 36조원)로 지난해 234억달러에 견줘 8단계나 급등했다.
세계 초일류 기업
반도체·휴대폰 신화 일구며
승계 뒤 자산 50배 키워 재계1위
일본 전자 누르고 세계 우뚝 삼성그룹은 세계 속의 삼성을 만든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대성공 뒤엔 이 회장이 있다고 자랑한다. 1970년 이병철 회장 때 시작한 반도체 사업을 이건희 회장의 공적으로 온전히 돌리기는 어렵다 해도, 휴대전화 사업의 성공은 이건희 회장의 치적으로 볼 수 있다. 무선전화로 시작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애니콜과 최근 갤럭시 시리즈로 이어지는 ‘성공 스토리’는 이건희 회장을 빼놓고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여러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 회장의 취임 당시 국내 재계 상위 29개 그룹 중 현재 남아 있는 곳은 절반을 조금 넘는 16곳에 불과하다. 또 ‘일본 전자왕국’을 이끌던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무릎 꿇고 대규모 적자에 빠졌다.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 삼성 스마트폰 때문에 휴대전화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는 재기 불능의 상황에 빠져들어가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성공 신화’를 일궜지만, 삼성을 ‘존경받는 기업’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양적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사회적 책무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다. 취임 25주년인 현 시점에서, 이 회장이 1987년 12월1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취임식 때 삼성그룹기를 흔들며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던 약속이 주로 조명되고 있지만, 이 때 이 회장은 “사회가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전자는 지켜졌지만 후자는 미완성인 셈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주식 헐값 발행 탈법 승계에
순환출자 해소 약속 안지켜
무노조원칙도 사회책무와 거리 무엇보다 계열사 주식의 헐값 발행을 통한 탈법 승계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는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로비 폭로에 이어 ‘삼성 비자금 특검’을 거쳐, 이 회장의 불구속 기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회장은 유례없는 대통령 단독사면을 받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 이어지는 그룹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 됐다. 또 이 회장의 차명주식이 ‘선대 회장의 유산’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돼버렸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중요 화두인 지배구조 문제도 여전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그동안 재벌의 순환출자 해소를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이 회장도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퇴진할 때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올들어 벌어진 이 회장의 큰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얽힌 상속재산 소송도 차명주식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3남인 이 회장이 삼성 특검에서 드러난 차명주식을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하면서 합법적인 재산으로 인정받게 됐지만, 이것이 상속재산 소송의 빌미가 됐다. 무엇보다 삼성의 노동정책은 가장 약한 아킬레스건이다. 법적으로 복수노조까지 허용된 마당에, 삼성은 아직도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 역시 삼성이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다.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아는 삼성전자는 현재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하청업체 쥐어짜기’는 상당 부분 해결됐다고 삼성 쪽은 밝혀왔지만, 일부 협력업체들은 여전히 불공정한 납품 관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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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헐값 발행 탈법 승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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