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구본무 회장 보좌한 원로
㈜LG 대표이사직 물러나
조준호 사장 위상 강화될 듯
신사업·장기전략 수립 주요역할
그룹쪽 “엄격한 성과주의 반영”
재계선 “‘포스트 구본무’ 체제 준비”
㈜LG 대표이사직 물러나
조준호 사장 위상 강화될 듯
신사업·장기전략 수립 주요역할
그룹쪽 “엄격한 성과주의 반영”
재계선 “‘포스트 구본무’ 체제 준비”
계열사 10곳 임원인사
엘지(LG)그룹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전체 5명의 부회장 중 15년간 구본무 회장을 보좌하며 2인자로 불려온 강유식 ㈜엘지 대표이사 부회장과 미래성장동력인 전지사업을 이끌어온 김반석 엘지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두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구 회장 이후의 경영진 밑그림 그리기가 시작됐다는 풀이도 나온다.
엘지그룹은 29일 엘지화학·디스플레이 등 10개 계열사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강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엘지를 떠나 엘지경제연구원과 엘지인화원을 산하에 둔 엘지경영개발원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강 부회장은 1972년 엘지화학에 입사해 1997년 회장실 부사장을 맡은 뒤로 줄곧 구 회장을 보좌해왔다. 1998년 그룹 구조조정본부를 거쳐 2003년 ㈜엘지의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라 자리를 지켜왔다. 엘지그룹 쪽은 “강 부회장이 경영개발원으로 옮겨가더라도 계속 구 회장을 보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반석 엘지화학 부회장 대표이사는,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2001년부터 10년 넘게 엘지화학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일선에서 후퇴하게 됐다. 이로써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엘지전자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부회장 중 이상철 엘지유플러스 부회장과 차석용 엘지생활건강 부회장만 경영 일선에 남게 됐다.
두 부회장이 떠난 ㈜엘지와 엘지화학의 대표이사는 각각 조준호 사장과 박진수 사장이 맡았다. 구 회장, 강 부회장과 더불어 조 사장은 이미 공동 대표이사 중 한 명이었지만, 강 부회장의 이동으로 조 사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 역시 기존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을 겸한 대표이사가 됐다. 부사장이던 한상범 엘지디스플레이 대표이사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엘지그룹은 “이번 임원인사는 엄격한 성과주의를 반영했다. 남다른 고객가치 창출 성과를 낸 인재를 과감히 발탁해 성과 창출에 진취적으로 몰입하는 조직문화를 세우는 데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임원 인사에선 조준호 사장의 부각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조 사장은 1986년 엘지전자에 입사해 정보통신 전략담당 부사장과 정보통신 사업본부 북미사업부장을 지냈다. 1996년 강 부회장이 이끄는 구조조정본부 상무로 일한 뒤 엘지전자 등을 거쳐 2009년부터 ㈜엘지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왔고,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미국 시카고대학 마케팅 석사 출신인 조 사장은 그룹 신사업과 장기전략 수립에서 중요한 몫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경영권 승계 문제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엘지그룹이 구본무 체제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포스트 구본무’ 시대를 대비해 강 부회장의 역할을 조 사장이 맡게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가 구 회장 이후를 준비하는 과도기 체제라는 분석인 셈이다. 구 회장의 장남 구광모 엘지전자 차장은 1978년생이어서, 구자경 전 회장의 삼남인 구본준 부회장을 거쳐 그룹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대해 엘지 관계자는 “엘지는 시장 선도와 성과 창출이 가장 시급한 목표이고 이번 인사 역시 이에 맞춘 것이다. 후계와 관련한 준비를 할 필요도 없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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