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5일 이뤄진 삼성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에 승진 내정됐다. 이 부회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배웅하기 위해 사장단과 기다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경영성과 기여” 초고속 승진
재계 ‘경영승계 가속’ 분석엔
삼성 “경영보폭 넓히는 정도”
일부 “경영능력 검증이 먼저”
재계 ‘경영승계 가속’ 분석엔
삼성 “경영보폭 넓히는 정도”
일부 “경영능력 검증이 먼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5일 이뤄진 삼성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에 승진 내정됐다. 2009년 말 부사장, 2010년 말 사장 승진에 이어 2년 만이다. 삼성은 “부회장으로서 경영 보폭을 넓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경영 전면에 이 부회장이 나서며 3세 승계 구도가 맞춰져 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용 부회장 내정자의 승진은 이미 예견됐다. 다수의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이 부회장의 연말 승진을 공언해왔다. 이 부회장은 2007년 전무로 승진한 뒤, 삼성 비자금 사태 이후로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왔다. 그룹 지분 정리가 사실상 끝난 터라 본격 승계 작업에 나설 때가 됐다는 게 삼성 내부의 판단이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건희 회장이 일선에서 의욕적으로 경영을 해오고 있다. ‘승계 가속화’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부쩍 이 부회장의 행보가 적극적으로 공개돼왔다. 2000년대 이(e)삼성의 실패를 비롯해 경영성과의 부족이 최대 약점인 이 부회장은, 올 들어 자동차용 전장부품 사업 진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최고경영자를 만나고 리커창 중국 부총리와도 면담했다. 삼성은 이를 두고 “이 부회장 내정자가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해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승진 이유로 설명했다. 삼성은 부정적 여론을 조기 진화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기업 업종 침해 논란을 빚은 아이마켓코리아와 아티제 매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방해와 가격담합에 대한 대책 발표 등이 발빠르게 진행됐고, 묵은 난제인 삼성반도체 백혈병 발병 문제에 대한 태도도 다소 바뀌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여론이 거세지면서 이 부회장의 승진을 미루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하지만 재벌개혁에 소극적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과, 대선과 무관하게 정면돌파하는 게 낫다는 내부 판단이 이 부회장의 전격 승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현장경영에 나서면서 동시에 세계 자동차 생산의 20%가 이뤄지는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전개하며 경영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승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경제학부 교수)은 “경영능력을 평가받을 충분한 기회 없이 삼성의 3대 총수가 됐을 때 할아버지나 아버지만큼 카리스마 있는 총수가 될 수 있겠나. 본인이나 삼성, 국민경제에 안 좋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승진보다 경영능력 검증이 먼저다. 내년 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예상되는데, 이사회 구성 혁신 등 개혁안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논평했다.
삼성그룹은 이날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7명, 전보 8명 등 17명의 2013년 사장단 인사를 내정해 발표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과 임대기·이인용 미래전략실 부사장 등 7명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인사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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