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이사들 의견 못좁혀
케이비(KB)금융그룹의 아이엔지(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결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케이비금융 쪽은 ‘자료 검토를 위한 시간 확보’를 연기 이유로 내세우지만, 경영진과 일부 사외이사들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도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케이비금융은 5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어 아이엔지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논의했으나, 자료량이 많아 오는 18일 이사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공식적으로 이날 처음 보고를 받았다. 본격적으로 검토를 하기에는 자료량이 너무 많아 곧바로 (인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간 사외이사 9명 가운데 이경재 의장 등 일부 이사들은 높은 인수가격과 경제침체, 불투명한 보험업황 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다.
어윤대 회장이 지난달 사외이사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운 것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비금융과 금융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어 회장은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민은행 현지법인 개소식에 사외이사들을 초청했고, 이날 저녁 케이비금융 임원과 사외이사들이 참석한 술자리에서 술잔을 깨며 소란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임원이 깨진 유리 조각에 맞아 얼굴에 찢어지는 등 상처를 입어 종업원들이 응급처치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 회장은 당시 “아이엔지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며 격한 울분을 쏟아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는 “(어 회장) 본인이 강한 애착을 갖고 추진하는 일에 사외이사들이 반대하니,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감정이 쌓인 것이 울컥하며 터진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쪽은 케이비금융 부사장 2명을 불러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갈등 과정 및 ‘술자리 소동’에 대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 회장이 술자리에서 폭언·욕설은 물론 술잔을 깨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참석한 사외이사들이 협박에 가까운 위협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정확한 진상을 조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