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경제현안 리뷰
- 씁쓸한 ‘재벌 2세 상속다툼’
- 씁쓸한 ‘재벌 2세 상속다툼’
호사다마.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일상의 진리는, 평범한 시민뿐 아니라 재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역시 올해 그랬다. 세계적인 불황 가운데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했지만,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유산을 둘러싼 형제들 사이의 다툼은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2월 이병철 창업자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주식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 조카 며느리 등도 소송에 가세하면서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4조원대의 재산을 놓고 다투고 있다.
소송 초기 두 형제 사이에 오간 ‘막말 공방’은 외국 주요 언론들까지 ‘막장 드라마’라고 보도할 정도로 충격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번 소송의 배경 및 소송 결과에 따른 범삼성가 구도의 변화 등에 눈길이 모였다. 특히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에서 이번 소송이 비롯된 것은 역설적이었다. 삼성 특검 결과, 이건희 회장은 차명 주식의 실명화를 순조롭게 진행한 반면, 별다른 처벌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비자금으로 의심받던 돈이 특검을 거쳐 이병철 회장에게 물려받은 차명 주식으로 인정되면서 형제들의 유산 분배 요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및 후계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다툼의 대상이 되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송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재산 분배 다툼 뿐만 아니라 삼성가의 적통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면서 삼성이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더 우세한 편이다. 내년 1월23일 예정된 법원의 판결이 어느 한쪽의 손을 확실히 들어주지는 않을 테고,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에 미칠 타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이럴 경우, 판결이 불리하다고 여기는 쪽에서 2심 법원에 판결을 다시 구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된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이 또한 유산 소송과 관련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의 핵심에 해당하는 지분 다툼이 마무리되기 전,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 재벌가의 재산다툼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이 달 들어 삼성가의 유산소송과 똑같은 법정 다툼이 태광그룹에서도 벌어졌다. 태광그룹 창업자인 이임용 회장의 둘째딸 이재훈씨가, 동생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받은 주식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호진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 재산을 돌려 달라는 것이다. 삼성과는 수사의 주체가 특검이냐 검찰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1세대 창업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2세가 차명재산 등을 물려받아 경영 활동을 하는 가운데 재산다툼이 벌어졌다는 점이 정확히 일치한다.
이같은 재벌가 소송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재벌가에서는 세금 없는 상속 수단으로 비자금 성격의 차명재산이 많이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3~4세까지 승계가 이어지면서 과거 곪아있던 편·불법적 재산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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