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 고려산업개발 합병 전 재무상황 비교표
회계부정 동원 고려산업개발과 합병
두산그룹 총수일가들이 옛 두산건설(현 두산산업개발)의 부실을 분식회계로 감춘 가운데 지난해 4월 고려산업개발과 합병을 하는 방법으로 최소 4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고려산업개발과의 합병 이전 두산건설의 총수일가 주주들은 박용성 현 회장을 비롯해 모두 23명이어서, 회계부정을 동원한 불법적인 합병과정을 통해 불과 1년4개월여 만에 한사람당 평균 20억원 가까이 재산을 불린 셈이다.
11일 <한겨레>가 두산산업개발의 전신인 두산건설과 고려산업개발의 합병 전후 재무제표와 대주주 지분율, 주가 변동 추이 등을 분석해 본 결과, 합병 뒤 박용성 회장 일가 23명이 두산산업개발의 회계분식 자진공시(8월8일) 직전까지 거둔 지분평가이익은 모두 30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두산산업개발은 지난해 4월 두산건설 주식 1주를 고려산업개발 주식 0.76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해 탄생한 회사다. 합병 전 박용성 회장 일가는 두산건설 지분 18.8%(882만주)를 가져 당시 합병 한달 전 평균주가(1522원)로 계산한 총 주식평가액은 134억원이었다. 고려산업개발과 합병 이후 총수 일가의 지분은 7.51%(689만주)로 줄었지만, 법정관리를 받으며 재무구조가 깨끗해진 고려산업개발과 합병한 데 힘입어 주식가치가 높아지면서 총 주식평가액도 8월5일 현재 437억원으로 늘어났다.
합병 이전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620%, 납입자본 이익률은 3.8%로 고려산업개발(부채비율 64%, 자본이익률 12.8%)에 견줘 재무 건정성과 수익성 모두 크게 뒤떨어져 있었다. 주당 순자산가치는 고려산업개발이 2만7262원인 반면에 두산건설은 4202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장기업 주식의 합병비율은 시장가격을 반영하도록 하는 규정에 따라 1 대 0.76로 합병이 이뤄져, 두산건설 대주주들은 큰 혜택을 보게 됐다. 만약 두산건설의 분식회계가 합병 전에 밝혀졌다면 두산건설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합병비율도 두산그룹 총수일가에게 더욱 불리하게 결정됐을 것이다.
여기에다 증권가에선 두산이 뒤늦게 고백한 옛 두산건설의 분식규모 2797억원을 고려해 정상적인 합병비율을 적용한다면 두산 총수일가의 부당이익이 134억원 추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분식규모가 당시 두산건설의 자기자본 1956억원을 웃도는 만큼 이를 제대로 반영한다면 대주주 지분을 모두 소각하는 게 마땅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산그룹 총수일가는 두산건설의 부실 감추기로 134억원, 고려산업개발과의 합병 이후 주가상승으로 303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어, 자기돈 한푼 들이지 않고 모두 437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려산업개발 주주들과 종업원들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김석연 민주노동당 제2정책조정위원장(변호사)은 “합병 당시에도 고려산업개발 소액주주들이 합병비율 산정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정 소송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두산건설의 회계분식과 대주주의 회삿돈 유용 등이 드러난 만큼 검찰 수사를 통해 피해액이 드러나면 옛 고려산업개발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의 부실을 고려산업개발의 자산으로 메우는 과정에서 나타난 종업원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김학진 두산산업개발 노조위원장은 “합병 이후 희망퇴직 신청과 유화사업·알루미늄사업부문 매각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바람에 530명이던 옛 고려산업개발 직원수가 절반 이상 나가 250명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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