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주주들 전폭적 지지 업고
회장 4연임…‘오너’ 수준 영향력 행사
‘이상득에 3억’ 치매 이유로 소환불응
회장 4연임…‘오너’ 수준 영향력 행사
‘이상득에 3억’ 치매 이유로 소환불응
라응찬(75)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는 ‘최초’ ‘최장’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금융권에서 가장 오랫동안 은행에 몸담은 뱅커(51년)이자, 최장수 최고경영자(19년), 최초의 4연임 회장으로서 신한금융은 물론 한국 금융의 신화로 자리매김했다.
라 전 회장은 신한금융의 역사이기도 하다. 1982년 점포 3개, 임직원 279명으로 출발했던 신한은행을 30여년 만에 은행·카드·보험사를 망라한 대형 금융그룹으로 키워냈다. 지분 0.04%를 가진 전문경영인인데도, 재일동포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1991년 이후 19년 동안 신한금융의 최고경영자로서 ‘오너’ 수준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 역시 짙었다. 라 전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으로 여러 차례 수사선상에 올랐다. 권력 실세와 유착돼 있다는 소문에 자주 휩싸였다.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벌이던 중, 2007년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이 송금된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검찰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라 전 회장은 이듬해인 2010년 초 금융권 최초로 4연임에 성공한다.
그는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지주회사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한 이른바 ‘신한 사태’를 주도했다가, 역풍에 휘말려 뱅커 인생 51년을 불명예 퇴진으로 마감했다. 검찰 수사 도중에는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원이 전달됐다는 ‘남산 3억원’ 진술이 터져나왔다. 검찰은 고 이희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에서 3억원을 빼낸 혐의(횡령) 등으로 이백순 전 행장과 신상훈 전 사장을 기소했지만, 막상 이를 지시했다는 라 전 회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라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이유로 세 차례에 걸친 소환 요구에 불응하자, 증인신청을 철회하고 추가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은 최근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직접 운전대를 잡는 등 건강한 모습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설범식)는 16일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라응찬이 헬스를 하거나 개인 사무실에서 책을 보는 등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앞서 2011년에는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그의 차남(46) 주도의 재개발 사업에 20억여원이 흘러간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라 전 회장이 신한금융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는 이사회의 지원을 받아 ‘신한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스톡옵션(20억여원)을 행사하기도 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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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10년 11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신한은행 고소·고발 사건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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