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넘어서] 삼성그룹
삼성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인 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내외 여건이 어려울 때가 기회라는 경영 철학과 관련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도 이런 점이 확인된다. 이 회장은 “불황기에는 기업 경쟁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며,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지킨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맞바람은 더 거셀 것이나 여기서 머뭇거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건이 좋지 않을 때, 선도기업에 더욱 큰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될 수 있으면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실적을 고려할 때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한해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29조원을 넘어섰다. 삼성 관계자는 “금융위기 때도 투자를 줄이지 않아 위기 속에 기회를 찾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기본이다.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성장 기조 속에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투자는 시설보다는 연구개발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절상을 활용해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국외 선행 투자를 펴는 한편, 기초 체력을 점검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현금보유고를 바탕으로 매물만 괜찮다면 인수합병(M&A)도 과감히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반도체 설비투자는 그동안 대규모로 이뤄졌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47조8000억원 투자, 2만6000명 채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무엇보다 바이오·제약, 자동차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 태양전지 등 5대 신수종 사업에 매진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은 신년하례식에서 “지난 성공은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더 멀리 보면서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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