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1·2위 사업전략 변화
국내 1, 2위 전자업체의 전략과 사업 양상이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채택이나 투자계획 수립에서 조심스럽고 신중해졌다. 반면 엘지(LG)전자는 지금까지와 달리 경영전략과 제품 출시가 공세적이면서 빨라지고 있다. 악화하는 대내외 경영 여건과 두 회사가 각기 처한 성장 단계가 상이한 변화를 낳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을 공시하면서 이례적으로 올해 투자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명진 삼성전자 아이아르(IR)팀 전무는 “올해 시설투자는 작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고 연구개발(R&D) 투자는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추진할 예정”이라면서도 “(투자를)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연초 25조원의 시설투자계획을 세웠지만 집행액은 91.6%인 22조9000억원에 그쳤다.
기술전략 채택에선, 자기 것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던 방식에서 탄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공개한 85인치 울트라고해상도(UHD) 텔레비전이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엘지전자 등 경쟁사가 전시한 울트라에이치디 텔레비전에 대해 “관련 방송이나 콘텐츠가 상용화되지 않았고 앞으로 5~10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내놓았지만, 불과 3~4개월 만에 전략을 수정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1분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S4에 적용할 무선충전방식도, 기존 공진자기유도방식에서 자기유도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공진자기유도방식은 충전기와 단말기가 1m 떨어져 있어도 충전되지만 전력 효율성과 안전기준 등이 결정되지 않은 반면, 엘지전자가 지난해 채택한 자기유도방식은 표준이 마련돼 ‘치’(Qi) 인증도 부여되고 있다.
이밖에 삼성전자의 구글 레퍼런스 태블릿피시(PC)인 넥서스10에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패널 대신 경쟁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아이피에스(IPS)와 같은 방식의 패널이 적용됐다. 또 차세대 텔레비전으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티브이 출시를 앞두고 그동안 선호해온 적·녹·청(RGB) 방식 대신 엘지전자가 이미 출시한 제품에 채택된 백·적·녹·청(WRGB)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 투자계획 아직도 미공개
기술채택서도 ‘고집’대신 ‘유연’
엘지는 투자·제품출시 공세적
성과 강조하고 대삼성 소송 적극
‘각자상황 고려한 생존전략’ 분석 엘지전자는 공세적이다. 올 들어 엘지그룹이 가장 먼저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엘지전자 역시 최근, 지난해보다 9000억원 많은 2조5000억원의 시설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제품 출시에서도 ‘선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 초 가장 먼저 52인치 오엘이디 티브이 출시 및 예약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예년과 달리 에어컨 신제품 발표도 삼성전자에 앞섰다. 뒤쳐진 스마트폰 경쟁에서도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전략폰 옵티머스G를 선보인 이래 조만간 후속작인 옵티머스G 프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조직 관리도 달라지고 있다.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보면, 그룹 2인자로 꼽혀온 강유식 ㈜엘지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최초의 고졸 출신 사장이 선임되는 등 성과 위주의 인사가 단행됐다. 엘지전자는 올 들어 3년 만에 성과급 지급에 나섰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사업부 임직원에게는 기본급의 350%를, 가장 낮은 평가를 받으면 100만원의 위로금을 주는 방식이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이 지난달 23일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재를 뽑는 ‘엘지 테크노 콘퍼런스 2013’에 참석하기도 했다. 삼성과의 각종 특허소송에서도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냉장고 용량 비교 광고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은 엘지전자의 달라진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단적인 예이다. 삼성·엘지전자의 상반된 변화는 공통적으로 최근 경기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진단이 많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1위를 고수해온 삼성전자는 질적 변화를 꾀하며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게 중요한 목표라서 경쟁보다는 자체 변화에 힘을 쏟고 있는 반면,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지며 실적 악화를 겪어온 엘지전자는 위기일수록 더욱 공세에 나서며 장점인 기술 선도에 중점을 두는 상황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박 당선인 “털기식 청문” 짜증에 졸지 ‘파파라치’ 됐다
■ 국정원의 ‘적반하장’…정치개입 들키자 무차별 소송전
■ “돈맛에 빠진 사회서 배고파도 밤무대는 안선다”
■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진 공개 “일본 만행 알리려…”
■ [이동걸 칼럼] 위기의 근혜노믹스
기술채택서도 ‘고집’대신 ‘유연’
엘지는 투자·제품출시 공세적
성과 강조하고 대삼성 소송 적극
‘각자상황 고려한 생존전략’ 분석 엘지전자는 공세적이다. 올 들어 엘지그룹이 가장 먼저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엘지전자 역시 최근, 지난해보다 9000억원 많은 2조5000억원의 시설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제품 출시에서도 ‘선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 초 가장 먼저 52인치 오엘이디 티브이 출시 및 예약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예년과 달리 에어컨 신제품 발표도 삼성전자에 앞섰다. 뒤쳐진 스마트폰 경쟁에서도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전략폰 옵티머스G를 선보인 이래 조만간 후속작인 옵티머스G 프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조직 관리도 달라지고 있다.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보면, 그룹 2인자로 꼽혀온 강유식 ㈜엘지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최초의 고졸 출신 사장이 선임되는 등 성과 위주의 인사가 단행됐다. 엘지전자는 올 들어 3년 만에 성과급 지급에 나섰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사업부 임직원에게는 기본급의 350%를, 가장 낮은 평가를 받으면 100만원의 위로금을 주는 방식이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이 지난달 23일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재를 뽑는 ‘엘지 테크노 콘퍼런스 2013’에 참석하기도 했다. 삼성과의 각종 특허소송에서도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냉장고 용량 비교 광고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은 엘지전자의 달라진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단적인 예이다. 삼성·엘지전자의 상반된 변화는 공통적으로 최근 경기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진단이 많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1위를 고수해온 삼성전자는 질적 변화를 꾀하며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게 중요한 목표라서 경쟁보다는 자체 변화에 힘을 쏟고 있는 반면,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지며 실적 악화를 겪어온 엘지전자는 위기일수록 더욱 공세에 나서며 장점인 기술 선도에 중점을 두는 상황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박 당선인 “털기식 청문” 짜증에 졸지 ‘파파라치’ 됐다
■ 국정원의 ‘적반하장’…정치개입 들키자 무차별 소송전
■ “돈맛에 빠진 사회서 배고파도 밤무대는 안선다”
■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진 공개 “일본 만행 알리려…”
■ [이동걸 칼럼] 위기의 근혜노믹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