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 출연 합법화 추진 금융위
“이미 일어난 일에 형사처벌 어려워”
하나고 특혜 논란엔 대책 마련키로
“이미 일어난 일에 형사처벌 어려워”
하나고 특혜 논란엔 대책 마련키로
외환은행의 하나고등학교 출연으로 불거진 금융회사들의 위법적인 산하 공익재단 출연 행위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사실상 일괄 면죄부를 줄 방침이다. 은행과 보험, 지주회사 등이 이런 식으로 출연한 액수는 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5일 “애초 은행법 등의 규제 취지가 대주주의 사적인 이익 취득을 막기 위한 건데 공익재단 출연은 이런 의도가 아니다. 법률을 위반한 건 사실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조처를 하겠지만 형사처벌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미 저질러진 위법 행위에 대해 따로 형사적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31일 금융회사가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금지한 현행 은행법 등이 사회공헌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세법상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출연을 허용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된 2009년 10월 이후 하나은행이 하나고에 337억원을 출연한 것을 비롯해 은행과 보험사 각각 12곳(은행 2000여억원, 보험사 1000여억원)과 지주회사 2곳(25억원)이 이미 법률을 위반한 상태여서 이들에 대한 처벌 여부가 주목을 끌었다. 은행법은 불법 출연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이 해당 금융기관을 검사할 때 개별적으로 출연경위 등을 조사해 문제가 있는 경우만 따로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법 위반 사실을 제때 인지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책임론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서도, 금융위는 “앞으로는 금융회사 준법감시인의 역할을 강화해 이런 사태를 막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그러나 공익재단 출연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기부행위의 정당성을 사외이사 등이 꼼꼼히 따져봐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시행령에 담아야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금융위는 시행령이 개정되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하나고를 지원할 수 있게 돼 특혜 지원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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