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진홀딩스에 대한 회생계획안이 22일 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웅진그룹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 절차에 본격 돌입하게 됐다. 교육출판·환경생활·태양광·건설·화학·금융 등 8개 사업군에 14개에 달했던 계열사는 빚을 갚기 위해 대부분 매각 절차를 밟게 되고, 그룹의 모태인 웅진씽크빅과 북센만 남을 예정이다. 도서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30여년 만에 재계 서열 30위대의 그룹을 키워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성공신화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웅진홀딩스와 채권단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웅진그룹 회생을 위해 총 1조3573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웅진홀딩스는 올해 안에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을, 2015년까지 웅진에너지를 각각 매각할 예정이다.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의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각각 2066억원과 495억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 8584억원, 인천 구월동 토지 362억원, 웅진플레이도시 대여금 266억원과 유상증자 387억원까지 더해 웅진그룹의 회생에 사용할 방침이다. 웅진에너지의 매각 시기가 2015년으로 늦춰진 것은 태양광 업황 침체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웅진에너지 회사가치도 490억원에서 314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웅진그룹 쪽은 “법원에서 회생계획안 인가가 났으니까 계획안대로 빠른 시간 안에 채권자들에게 채무를 변제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웅진홀딩스에 대한 회생계획안 인가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앞서 우리은행 등 8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채권자협의회는 법원의 빠른 절차(패스트트랙) 도입 취지에 부응해 지난 8일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가 회생계획을 주도한 것은 회생절차 제도가 생긴 이래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판부는 통상 세 번으로 나눠 진행하던 관계인집회를 한번으로 병합해 이날 3시간 남짓에 걸쳐 신속히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의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9월26일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5개월여만이다.
웅진그룹의 회생절차가 회생계획안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채권단이 매물로 내놓은 웅진 계열사들이 제때 매각돼야 한다. 특히 매각 대상 계열사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웅진케미칼의 매각 여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웅진케미칼의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법원이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매각 주관사 선정 때 채권단과 관련 있는 증권사는 배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국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채권단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참여하는 주관사가 적을 경우 수수료가 올라가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예정대로 계열사 매각이 이뤄져 웅진그룹이 첫 채무변제를 하게 되면 법률에 따라 회생절차를 조기에 졸업할 수 있다. 앞서 회생계획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채권단은 윤 회장이 400억원대의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윤 회장 일가에 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보장해주기로 웅진그룹 쪽과 합의를 했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의 두 아들인 형덕(36)·새봄(33)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사재 출연을 하고 감자를 거친 웅진홀딩스 지분 25%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선 웅진홀딩스가 회생절차를 마치면 두 아들이 남은 계열사를 이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장남 형덕씨는 웅진씽크빅 경영전략실장, 차남 새봄씨는 웅진케미칼 경영전략팀장으로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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