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보호 등 앞다퉈 발표
총수비리 엄벌·경제민주화 바람에…바짝 몸 낮춘 재벌
총수비리 엄벌·경제민주화 바람에…바짝 몸 낮춘 재벌
정권 초 예봉 피하기
코오롱·롯데, 골목사업 접고
한화·SK, 일감 몰아주기 축소
이마트, 1만명 정규직 전환 등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 경쟁 ‘총수 실형’ 더 무서워
최태원 회장 법정구속 등
사법부 엄벌 분위기에 긴장
이재용 등기이사 안맡기도
“중대범죄=실형 제도화 필요” 재벌 대기업들의 ‘변화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새 정부의 압박에 떠밀리거나 경제범죄에 대한 사법적 징벌 강화 움직임 등에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특히 ‘재벌 총수도 잘못하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인식 변화에 재벌 대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축소가 대표적인 변화다. 특히 광고와 시스템통합(SI) 부분에서다. 5일 에스케이(SK)그룹에 따르면,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5월부터 시작할 새 광고를 입찰 경쟁을 통해 선정된 회사에 맡길 예정이다. 그동안 그룹 내 광고회사인 에스케이마케팅앤컴퍼니에 맡겨오던 것을 외부에도 문을 열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계열사인 이노션에서 전담하다시피 한 광고를 경쟁입찰로 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언론에 첫선을 보인 2013년 그룹 광고를 제일기획에 맡겨 제작했다. 계열 광고사인 한컴이 아닌 외부에 광고를 맡긴 건 한컴 설립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논란의 핵심에서 비켜나 있던 부분까지 먼저 정리하는 그룹도 속출하고 있다. 4일 빵집 프랜차이즈 사업 정리에 나선 코오롱그룹이 그렇다. 이웅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스위트밀 지분 19.97%를 그룹 계열 장학재단 ‘꽃과 어린왕자 재단’에 기부했다. 스위트밀은 외식사업 계열사로 빵집 프랜차이즈 ‘비어드파파’를 운영한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딸 등 총수 일가에 몰아주던 극장 부대사업을, 최근 자회사에 넘기기로 했다. 코오롱·롯데그룹 등이 ‘일감 몰아주기’와 ‘골목상권 침해’ 등의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면, 신세계그룹은 정부 개입에 떠밀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섰다. 신세계의 이마트는 정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 사내하청 불법파견 중단과 직접 고용을 지시하자 비정규직 직원 1만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비정규직 불법고용의 대표 격인 현대차그룹은 40여년 만에 밤샘근무를 폐지하면서 오래 묵은 문제를 털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교체기를 틈타 일제히 음식료업체들이 식품물가 인상에 나서는 와중에, 씨제이(CJ)그룹은 최근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물가안정 주문이 나오자, 설탕 출고가를 4~6% 인하했다. 거센 사회적 비난에도 꿈쩍하지 않던 재벌 대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건, 그만큼 더는 견디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초기, 날카로운 ‘재벌 압박’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내부거래 비중의 30% 이상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로 하고 전방위 세무조사를 추진하는 등 입체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내부거래 현황을 분기별로 공시하게 하고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부당이득을 전액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무엇보다 재계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 건, 재벌 총수에 대한 실형 선고다. 지난달 초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와 법정구속을, 재계는 강력한 위험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과거 회장들은 국민경제에 끼친 기여, 경영공백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벌 대기업은 총수의 수감을 가장 두려워한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모두 대통령 사면의 대상이 됐지만, 지난해 이후로 재벌 총수가 3명이나 수감되는 일이 벌어졌다. 4대 그룹에 속하는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회장의 구속 수감을 피할 수 있다면 물질적인 손해는 아무리 커도 상관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예상과 달리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맡고 있던 등기이사 자리를 내놓은 것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재계의 움직임은, 새 정부의 압박보다는 사법적 징벌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방증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박정희 정권 때처럼 정부가 재계를 압박하는 한편 사법부의 양형 기준 변경에 따라 총수들의 구속 수감 등이 재벌그룹의 변화를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은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한계가 자명하다. 판사의 재량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양형 기준 변경에서 더 나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강화를 통해 총수의 중대 범죄가 곧 실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이정훈 이완 이승준 기자 nowher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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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실형 제도화 필요” 재벌 대기업들의 ‘변화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새 정부의 압박에 떠밀리거나 경제범죄에 대한 사법적 징벌 강화 움직임 등에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특히 ‘재벌 총수도 잘못하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인식 변화에 재벌 대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축소가 대표적인 변화다. 특히 광고와 시스템통합(SI) 부분에서다. 5일 에스케이(SK)그룹에 따르면,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5월부터 시작할 새 광고를 입찰 경쟁을 통해 선정된 회사에 맡길 예정이다. 그동안 그룹 내 광고회사인 에스케이마케팅앤컴퍼니에 맡겨오던 것을 외부에도 문을 열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계열사인 이노션에서 전담하다시피 한 광고를 경쟁입찰로 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언론에 첫선을 보인 2013년 그룹 광고를 제일기획에 맡겨 제작했다. 계열 광고사인 한컴이 아닌 외부에 광고를 맡긴 건 한컴 설립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논란의 핵심에서 비켜나 있던 부분까지 먼저 정리하는 그룹도 속출하고 있다. 4일 빵집 프랜차이즈 사업 정리에 나선 코오롱그룹이 그렇다. 이웅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스위트밀 지분 19.97%를 그룹 계열 장학재단 ‘꽃과 어린왕자 재단’에 기부했다. 스위트밀은 외식사업 계열사로 빵집 프랜차이즈 ‘비어드파파’를 운영한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딸 등 총수 일가에 몰아주던 극장 부대사업을, 최근 자회사에 넘기기로 했다. 코오롱·롯데그룹 등이 ‘일감 몰아주기’와 ‘골목상권 침해’ 등의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면, 신세계그룹은 정부 개입에 떠밀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섰다. 신세계의 이마트는 정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 사내하청 불법파견 중단과 직접 고용을 지시하자 비정규직 직원 1만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비정규직 불법고용의 대표 격인 현대차그룹은 40여년 만에 밤샘근무를 폐지하면서 오래 묵은 문제를 털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교체기를 틈타 일제히 음식료업체들이 식품물가 인상에 나서는 와중에, 씨제이(CJ)그룹은 최근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물가안정 주문이 나오자, 설탕 출고가를 4~6% 인하했다. 거센 사회적 비난에도 꿈쩍하지 않던 재벌 대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건, 그만큼 더는 견디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초기, 날카로운 ‘재벌 압박’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내부거래 비중의 30% 이상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로 하고 전방위 세무조사를 추진하는 등 입체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내부거래 현황을 분기별로 공시하게 하고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부당이득을 전액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무엇보다 재계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 건, 재벌 총수에 대한 실형 선고다. 지난달 초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와 법정구속을, 재계는 강력한 위험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과거 회장들은 국민경제에 끼친 기여, 경영공백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벌 대기업은 총수의 수감을 가장 두려워한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모두 대통령 사면의 대상이 됐지만, 지난해 이후로 재벌 총수가 3명이나 수감되는 일이 벌어졌다. 4대 그룹에 속하는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회장의 구속 수감을 피할 수 있다면 물질적인 손해는 아무리 커도 상관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예상과 달리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맡고 있던 등기이사 자리를 내놓은 것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재계의 움직임은, 새 정부의 압박보다는 사법적 징벌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방증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박정희 정권 때처럼 정부가 재계를 압박하는 한편 사법부의 양형 기준 변경에 따라 총수들의 구속 수감 등이 재벌그룹의 변화를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은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한계가 자명하다. 판사의 재량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양형 기준 변경에서 더 나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강화를 통해 총수의 중대 범죄가 곧 실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이정훈 이완 이승준 기자 nowher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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