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12년 자금순환’ 발표
금융기관 자금공급도 줄어
국채투자 등 안전위주 운용
금융기관 자금공급도 줄어
국채투자 등 안전위주 운용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깊어져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크게 줄였다. 정부는 빚을 얻어 생긴 여유자금으로 국내 지출보다는 국외투자를 더 많이 늘렸고, 금융기관들은 국내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자금공급을 줄이는 대신 국채 투자 등 안전 위주로 자금을 운용했다. 경제주체들의 이런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자금운용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점차 ‘돈맥 노화’에 빠져들면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12년중 자금순환표(잠정)’를 보면,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국내 가계부문 전체의 지난해 ‘자금잉여(여유자금)’는 8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54조9000억원보다 31조6000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2003년부터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 규모다. 정유성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소득은 늘었으나 지출이 대폭 줄어 가계에 남는 돈이 증가했다.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현금화하기 힘든 금융자산으로 묶인 것도 가계 자금잉여 증가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가계의 여유자금은 안전자산으로만 이동했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유가증권 투자는 2011년 2000억원 증가에서 지난해에는 10조원 감소로 돌아섰으며 장기저축성예금은 47조6000억원에서 17조6000억원으로 3분의 1가량 줄었다. 반면에 단기저축과 결제성 예금은 12조7000억원에서 15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보험·연금은 56조6000억원에서 89조1000억원으로 42.5%나 증가했다.
지난해 금융부문의 자금중개 기능도 크게 위축됐다. 한은을 제외한 전체 금융법인이 가계·기업·정부 등 비금융부문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181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조9000억원 증가했으나, 비금융부문에 공급한 자금은 158조7000억원으로 28조2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정부는 주로 금융기관 차입금 확대로 지난해 22조1000억원의 자금잉여를 확보했다. 정부의 운용 자금순환표에서는 2011년 3조원에 불과하던 국외 자금운용 규모를 지난해에는 20조2000억원으로 무려 7배가량 늘린 게 눈에 띈다.
최대 자금수요처인 비금융기업부문에선 설비투자가 위축된 영향으로 자금부족(순외부자금조달) 규모가 2011년 76조9000억원에서 59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정유성 팀장은 “미래 불확실성으로 가계 소비나 기업의 투자 활동 모두 위축됐다. 이는 국내 경제의 성장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비금융부문의 총 금융자산은 2011년 말보다 310조2000억원(6.3%) 증가한 5194조8000억원, 총 금융부채는 170조원(4.9%) 늘어난 360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지난해 1587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40조2000억원 확대됐다. 경제주체별 금융부채는 비금융기업이 78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52조8000억원, 일반정부는 38조8000억원씩 각각 증가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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