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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저소비 구조적 늪에 빠졌다

등록 2013-03-24 20:38수정 2013-03-24 22:34

“수출 위주 성장·가계 빚 누적에
소득격차 확대로 소비 위축돼”
한국은행 조사국 보고서 내
안 쓴다. 미래가 불안하니 못 쓴다. 돈이 많은 이들까지 덜 쓴다. 쓸 수 있는 돈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내수경기를 떠받치는 두 축 가운데 하나인 민간소비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가라앉는 모습이다. 소비 부진의 장기화로 우리 경제가 자칫 장기침체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 부진은 경기 둔화의 결과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0년 6.3%에서 2011년 3.6%, 2012년 2.0%(속보치)로 떨어지는 동안 민간소비 증가율도 4.4%→2.4%→1.8%로 계속 내리막을 이어왔다. 문제는 성장 둔화보다 소비 침체의 골이 더 길고 깊다는 데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3년 내리 연속 밑도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처음이다. 소비가 바닥을 모르고 계속 가라앉아 기업 생산과 투자는 더 위축되고 이에 따라 고용과 소득 기반이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민간소비가 다소 활력을 되찾으리라는 기대가 많았다. 명목소득의 증가에다 낮은 물가상승률에 힘입어 실제구매력이 높아졌다는 근거에서다. 한국은행도 1월에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민간소비가 상반기 2.6%, 연간으로는 3.0% 증가해 경제성장률 2.8%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소비가 성장세 회복을 선도하는 경기흐름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지금까지 실제 흐름은 정반대이다. 올들어 여러 소비관련 지표들은 더 악화하고 있다. 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2.4% 떨어졌다. 소매판매액지수가 뒷걸음질치는 것은 2009년 6월 -1.6% 이후 3년9개월 만의 일이다. 비교시점인 지난해 1월에는 설 연휴 특수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2월까지 연장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2월 합계로 전국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대형마트는 10.3% 즐었다. 대표적인 내구소비재인 자동차 내수판매는 0.7% 감소했다. 2월 카드 사용액은 3.4% 증가에 그쳐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카드 보급 증가분을 고려하면 카드결제를 통한 소비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봐야 한다.

소비 회복이 이처럼 더딘 이유는 뭘까? 단순한 경기순환의 과정으로 보기에는 침체 기간이 너무 길다. 구조적이고 중첩적인 요인을 봐야 한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나승호 차장(정천수 과장·임준혁 조사역 공동연구)은 24일 낸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 및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저소비의 덫’에 걸린 몇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우선 수출 위주의 성장이 문제다. 교역조건의 악화와 실질임금의 제한으로 성장이 가계소득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계부채의 누적도 당연히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웃돌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져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소득격차의 확대 역시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한다. 나승호 차장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상위 20%의 계층과 하위 30%의 계층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위축되고 있다. 실증분석 결과로도 소득격차가 확대될수록 국민경제 전체의 평균 소비성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민간소비의 위축이 장기화 하면 가뜩이나 외부충격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투자는 더 위축돼 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마저 떨어진다. 나승호 차장은 저소비의 덫에서 탈출하려면 무엇보다 “수출과 내수간 균형발전, 소득분배 개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으로 성장과 가계소득의 선순환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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