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최저…돈 풀렸는데도
기업규모·신용등급별 ‘양극화’
저금리 혜택 보던 비우량기업
회사채시장서 되레 홀대받아
은행대출마저 문턱 더 높아져
기업규모·신용등급별 ‘양극화’
저금리 혜택 보던 비우량기업
회사채시장서 되레 홀대받아
은행대출마저 문턱 더 높아져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돈이 많이 풀렸는데도,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은 ‘돈홍수’를 겪는 와중에 일부에선 ‘돈가뭄’에 시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이런 비대칭은 회사채나 어음 발행 같은 직접금융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10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회사채의 경우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대기업만 101건에 10조9561억원어치를 발행해 소화됐을 뿐 중소기업 발행은 단 한건도 없다.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 물량은 2011년만 해도 6950억원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779억원으로 급감했다. 2011년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25%에서 3.25%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과잉 유동성을 억제한 시기였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7월과 10월 두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며 통화정책을 완화했는데도 중소기업의 직접금융은 더 위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직접금융 시장에선 국공채 등 안전자산보다 비우량채권으로 자금이 몰리는 ‘위험선호 경향’이 높아진다. 이게 통화당국이 노리는 신용파급 경로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 저금리 혜택을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홀대를 받는 양상이 뚜렷하다. 올 들어 3월 말까지 ‘트리플비’(BBB) 이하 신용등급 회사채 발행 물량은 모두 3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8%나 줄었다. 전체 회사채 신규 발행에서 이들 비우량 등급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0년 13.6%에서 2011년 10.0%, 지난해 8.2% 등으로 해마다 줄다가 올해 1분기 중에는 4.6%로 급감했다. 사장 최저 수준이다.
저신용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위축은 은행 대출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금융 확대에 힘입어 중소기업의 전반적인 대출 여건은 나빠지지 않다. 그러나 매출 실적이 없거나 담보가 없는 신생 중소기업, 신용도 낮은 중소기업에는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더 높였다. 지난해 전체 은행의 기업대출에서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4 .9%로, 전년도 7.5%에서 3%포인트나 떨어졌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서도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은이 국내 17개 은행 여신 담당자들을 면담조사해 매기는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는 지난해 4분기부터 34로 치솟아 올해 1분기와 2분기 전망치까지도 같은 수준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신용경색이 극심했던 2009년 2분기(41) 이후 최고치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실적의 양극화가 신용 양극화로 이어져 취약 업종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좀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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