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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장애 딛고 이룬 편의점주 꿈 빚더미에 끝내 쓰러지다

등록 2013-04-11 08:22

40대 점주 지난달 목숨 끊어
창업뒤 종일 일해 월 190만원
적자 메우려 스포츠토토기 비치
유혹에 빠져 수천만원 빚져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아무개(43)씨가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1월 경남 거제에서 씨유(CU) 편의점을 운영하던 임아무개(32)씨에 이어 편의점주의 두번째 자살이다.

김씨는 뇌성마비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말을 더듬고 왼쪽 팔다리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장애 때문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던 김씨는 2009년 12월 용인 흥덕택지개발지구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열었다. 이미 김씨의 편의점이 있는 골목의 양쪽 끝 약 50m 거리에 씨유와 지에스(GS)25 편의점이 있었지만, 택지개발로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장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씨의 기대는 어긋났다. 지난해 김씨 편의점의 월평균 매출은 2300만원이었다. 이 정도 매출이면 상품 판매가에서 원가를 뺀 이익이 690만원 정도 남는다. 이 중 본사의 가맹수수료 35%를 떼면 450만원이 조금 안 된다. 여기서 전기료와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 등의 폐기비용 따위를 합쳐 보통 100만원이 나간다는 게 점주들의 말이다. 남은 350만원에서 점포 월세 160만원을 빼면 190만원이 남는다. 이 돈이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씨의 인건비였다.

1년 전 김씨는 ‘스포츠토토’ 사업자 자격을 따 편의점에 발권기를 들여놨다. 돈을 걸고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예측하는 사행성 게임이다. 편의점을 찾는 손님을 조금이라도 늘려보려고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장사가 시원찮은 편의점을 지키던 김씨가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에 빠졌다. 김씨는 스포츠토토에 중독되고 말았다. 매일 본사로 송금해야 하는 편의점 현금 매출을 스포츠토토에 썼다. 본사에 내지 못한 미송금 액수가 1400만원에 달했다. 대부업체에도 손을 빌려 8000여만원의 빚이 생겼다.

김씨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임대아파트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 편의점 주변의 한 식당 주인은 “가끔씩 식사하러 와서는 ‘장사가 안돼 죽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부인도 편의점만으로는 생활이 안되니까 보험 일을 비롯해 이런저런 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이웃 상점의 주인은 “몸이 불편한데도 늘 부지런했다. 눈이 올 때면 옆 가게 앞 눈까지 다 쓸어주시는 등 굉장히 선량한 분이었다. 돌아가신 뒤에 스포츠토토로 수천만원 빚을 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가 세상을 떠난 직후 편의점은 문을 닫았다. 세븐일레븐 본사인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김씨 매장의 매출이 계속 오르는 추세였는데 스포츠토토로 인한 빚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깝다”며 “본사에서 빈소에도 가장 먼저 찾아갔고 김씨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미송금액과 위약금을 받지 않고 폐점했다”고 말했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간사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을 벌 수 없는 구조가 김씨를 도박으로 빠져들게 한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 편의점 점주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신재 김기성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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