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723개 기업공시 분석 결과
작년 1000원어치 팔아 48원 남겨
10곳중 3곳 이자 낼 돈도 못벌어
작년 1000원어치 팔아 48원 남겨
10곳중 3곳 이자 낼 돈도 못벌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매출과 자산 같은 외형 성장세도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영업 활력 뿐 아니라 미래 성장의 기반마저 약해지는 노쇠화가 동시에 진행된 것이다.
18일 한국은행이 상장기업 1541곳과 업종별 주요 비상장기업 182곳의 재무제표 공시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2012년 기업공시분석(속보)’ 보고서를 보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011년 5.3%에서 지난해 4.8%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지난해 1000원어치를 팔면 영업이익이 48원에 그쳤다는 것으로, 이런 이익률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익성 지표는 업종별로 다소 엇갈렸다. 전기·전자는 반도체 분야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전년대비 3.3%포인트 증가한 7.6%를 기록한 반면에 건설업은 0.2%로 전년의 1.8%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며 영업활동에서 번 돈으로 이자조차 부담하지 못하는 기업이 10곳 가운데 3곳 이상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인 이자보상비율의 지난해 평균치는 375.1%로, 2010년 504.1%, 2011년 418.4%에 이어 2년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7%로 전년보다 4.4%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2.3%)보다 더 높은 비중이다.
이런 수익성 악화는 무엇보다 매출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한 탓이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이 평균 5.0%로, 2011년의 14.1%에 견줘 3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평균 15.8%에서 4.0%로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더 컸고, 비제조업에서는 도소매업(17.7%→0.6%)의 둔화가 두드러졌다. 총자산증가율(8.3→4.9%)과 유형자산증가율(8.2→5.8%)도 모두 전년보다 떨어졌다.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진출이나 설비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방증이다. 특히 자산증가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상황을 어둡게 본 기업들이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면서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99.3%에서 93.8%로 떨어졌다.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현금흐름도 개선됐다. 현금 수입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현금흐름보상비율이 55.5%에서 66.2%로 높아졌다. 김경학 한은 기업통계팀장은“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은 기업의 차입금이 줄어든 탓이 아니라 상거래를 통한 외상채권이 많이 줄어든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경영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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